|
"축구도 못 하는데…."(전북 최강희 감독)
13일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두 감독은 한결같이 비장했다.
전북은 최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빈즈엉전에서 충격패(2대3) 이후 지난 주말 포항전에서도 무승부에 그치며 좋지 않은 분위기다. 인천은 올 시즌 4연패로 최하위, 물러설 곳이 없었다.
"축구도 못 하는데 다득점까지 바라지 않는다"고 반성한 최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홈경기인 만큼 이기는 경기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실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정이라고 라인을 내려세울 생각은 없다. 서서히 늑대 근성을 찾고 있으니 한번 붙어보겠다"고 말했다. 두 감독 모두 '돌격 앞으로'를 외친 것이다. 서로 같은 키워드를 들고 나와서일까. 두 팀은 이날 1대1로 장군멍군을 불렀다. 전북은 2승3무 무패행진에 만족했고, 인천은 4연패 끝에 첫 승점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 감독은 이날 이동국-김신욱 투톱에 포백 포메이션을 꺼냈다. 올 시즌 첫 시도다. 홈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중이 담긴 공격형 전술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초반부터 최 감독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북 선수들이 인천의 스피드와 투지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동국-김신욱 투톱을 쓰다보니 중원 경쟁에서 수적으로 밀렸고, 공수 전환도 빠르게 전개하지 못했다. 최 감독이 한동안 테크니컬 라인 앞까지 벗어나 지휘할 정도로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반면 인천의 방어는 돋보였다. 센터백 요니치와 조병국이 상대 투톱을 밀착 마크하며 전북의 제공권을 무력화시켰다. 특히 올 시즌 처음 출전한 큰형님 조병국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조병국은 김신욱의 결정적인 헤딩슛 찬스때 슬쩍 밀어넘어뜨리고도 파울에 걸리지 않는 재치를 부리는가 하면 가로채기로 상대 진영까지 치고나와 케빈의 헤딩슛을 만들어주는 등 베테랑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인천의 포백라인를 탄탄하게 지휘하는 역할 역시 조병국의 몫이었다. 결국 전북은 상대적으로 강한 전력에도 전반 볼 점유율 52%대48%, 슈팅수 6(유효 2개)대5(유효 1개)로 경기를 압도하지 못했다.
명불허전 해결사 '역시! 이동국'
후반 들어 제대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전반에 약이 살짝 오른 전북이 본색을 드러냈고 인천의 맞불도 만만치 않았다. 먼저 가슴을 쓸어내린 쪽은 전북. 후반 5분 프리킥 상황에서 케빈의 문전 헤딩 패스를 받은 요니치가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였다. 심판이 못보고 넘어갔으면 할 말이 없을 만큼 전북에겐 행운이었다. 이는 전북을 정신차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고무열 대신 로페즈를 투입하며 칼자루를 고쳐잡은 전북은 후반 23분 로페즈의 대각선 슈팅이 골기둥 왼쪽을 살짝 빗나가는 장면에 땅을 친 이후 거세게 인천을 몰아붙였다. 후반 28분에는 김신욱을 불러들이는 대신 이종호를 투입해 고삐를 더욱 죄었다. 그래도 한동안 답답했다. 몸을 날려 문전을 방어하는 인천 선수들의 허슬플레이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경기 막판 서로 웃다가 울었다. 경기 종료 7분전 이동국의 절묘한 오른발 터닝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전북이 먼저 웃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방심이 화를 불렀다. 추가시간을 알리는 장내 방송이 나가기 무섭게 회심의 카운트 펀치가 터졌다. 인천 수비 진영에서 기습적으로 투입된 롱볼이 케빈의 머리로 연결됐다. 케빈의 헤딩 패스를 받은 교체 멤버 송시우가 질풍같이 돌파하며 왼발슛, 골문 왼쪽 구석을 예리하게 적중시켰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최강 전북과 최하위 인천의 진검승부였다.
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