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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균열, '전북 문화'가 절실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4-11 18:52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팀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로라 하는 인재들이 모인 선수단은 생물이다. 개성 강한 이들을 하나로 묶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뿐만이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지 않는다면 모래알일 뿐이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4개의 별을 다는 동안 유독 '전북 문화'를 강조했다. 2007년 리빌딩을 시작한 뒤 정상급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다져진 '더블 스쿼드'는 '양날의 검'이었다. 막강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선수들을 다독이는 일이 쉬운 것 만은 아니었다. 직접 면담 뿐만 아니라 선수들과 편지로 소통하는 '최강희식 소통법'과 이동국을 중심으로 한 '형님 리더십'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전북 문화'가 완성됐다. 백업 자리를 지키면서도 묵묵히 훈련에 열중하며 주전 선수들의 경쟁자 역할을 한 '2인자'들이 4개의 별을 따내는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올 시즌 초반 '전북 문화'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보는 나쁘진 않다. K리그 클래식 4경기에서 2승2무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2승2패로 16강 출전권인 2위다. 이런 행보와 달리 최근 내용은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6일 빈즈엉(베트남·2대3패)전에서 김창수 김형일이 잇달아 퇴장 당하며 충격패를 하더니 10일 포항전에서는 김창수가 다시 퇴장 당하면서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판정 문제와 경기 상황에 따라 번뜩이는 경고-퇴장 징계는 감수해야 할 변수다. 하지만 두 경기서 드러난 악재는 최 감독의 승부수였던 로테이션의 균열 뿐만 아니라 '전북 문화'의 흔들림을 떠올릴 만했다.

전북이 폭풍영입을 통해 '절대 1강'이라는 별명을 얻을 때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K리그 최고의 라인업이 보여줄 활약과 '모두가 최고'인 자리에서 벌어질 수 있는 파열음이다. 톱니바퀴 같은 로테이션이 이뤄지면 주전 백업의 구분 없이 힘이 발휘될 수 있지만 부상, 징계 등으로 삐걱 거리는 와중에 힘의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시즌 전부터 3~4월은 어느 정도 힘겨운 승부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한 경기가 아닌 2~3경기 선발 라인업을 짜놓고 경기를 하는데 변수가 생기면서 계획이 틀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신욱 김창수 등)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 부담감이 큰 것 같다"며 "(김)창수는 우승권에 있는 팀에서 뛰는 게 프로 인생 처음이라고 하더라. 전북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새로 영입된 선수들 입장에선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즌을 치르다보면 경기를 못하면서 이길 때도 있고, 잘하고도 비기거나 질 때가 있다. 어쩌면 어제 포항전이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경우에는 선수들의 박탈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가 나서서 팀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 똘똘 뭉치는 모습도 필요하다. 무승 흐름이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K리그를 제패한 '봉동이장'의 키워드는 '유쾌함'이다. 최 감독은 특유의 입담으로 제자들의 반전을 노래했다. "아저씨들이 잘 해줄 겁니다. 예전에도 전북은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그 아저씨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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