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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비상이 걸렸다.
분명 위기다. 포항은 가뜩이나 중원이 엷다. 문창진 심동운 강상우 정원진 등이 포진한 2선 자원은 풍부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는 인원 자체가 많지 않다. 남아 있는 전문 중앙 미드필더는 황지수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황지수는 체력 문제로 모든 경기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중앙에서 뛰었던 박준희 이재원은 원포지션이 각각 윙백과 중앙수비다. 모두 전개력과 포지셔닝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야심차게 영입한 조수철은 5월말까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다. 미드필드에서 패싱게임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포항이기에 중앙 미드필더 부재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도 될 수 있다. 포항의 화수분 축구는 위기에서 비롯됐다. 포항 유스의 걸작들인 김승대(옌벤)과 이명주(알 아인)도 위기속에서 기회를 얻은 케이스다. 이명주는 2012년 황진성의 부상을 틈타 데뷔전을 치렀다. 김승대도 2013년 신진호의 임대로 변화를 꾀하던 황선홍 전 감독의 레이더망에 들었다. 두 선수는 모두 기회를 놓치지 않고 K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해 해외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번에도 기대를 걸 선수들이 있다. 유스 출신 김동현이 첫 손에 꼽힌다. ACL과 클래식에 이미 첫 선을 보인 김동현은 최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포항 유스 출신 특유의 패싱력을 지녔다. 부상 중인 오창현과 1997년생 이래준도 포항 화수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과연 손준호의 부상은 포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