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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최전방 해법은 '석현준 원톱'! 아니면 '뉴 투톱'?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3-28 22:25



레바논-태국과의 2연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였다.

'원조 황태자' 이정협(25·울산)이 돌아오며 석현준(25·포르투) 황의조(24·성남) '빅3'가 처음으로 나란히 출발선에 섰다. 슈틸리케호의 최전방을 책임지던 이정협은 지난해 9월 예선전을 앞두고 안면 부상으로 잠시 빠졌다가 7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석현준과 황의조가 공격진에 합류,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세 선수가 함께 경쟁한 이번 2연전은 향후 최전방 경쟁을 가늠한 척도였다.

일단 석현준이 한발 앞서가는 형국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그는 "석현준은 아직 소속팀에서 주전 확보를 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가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포르투에 입단한 사실은 석현준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된다. 포르투에서 뛴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행기표 문제와 병무청 방문 관계로 대표팀에 예정된 시간보다 하루 늦게 합류한 석현준은 당초 레바논전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분 교체투입됐고 이정협의 결승골이 터지며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은 투입할 계획이 크게 없었다. 석현준이 장거리 이동 때문에 야기된 컨디션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예선에서 경고 1장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경고를 받으면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을 못해 넣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하고 싶어 위험을 안고 석현준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석현준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석현준은 27일 예상대로 태국전에 선발 원톱으로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태국의 수비진은 파워넘치는 석현준의 움직임을 막지 못했다.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석현준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을 펼쳤다. 백미는 전반 5분 터뜨린 선제골이었다. 고명진의 패스를 잡아 골문을 확인한 후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태국의 골망을 갈랐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보여준 슈팅 그대로였다. 지난해 11월17일 레바논(5대0 승)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골을 넣은 후 132일만의 A매치 골이었다.

석현준은 시종 위협적이었다. 이제 A대표팀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움직임이나 부분 전술에서 100% 녹아들었다. 후반 1분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남태희(레퀴야)의 패스를 받아 단독찬스를 만드는 장면도 좋았다. 이정협이 중앙으로 올 때 사이드로 빠지거나, 기성용과 순간적으로 위치를 바꾸는 모습, 후반 미드필드에서 볼이 배급되지 않자 내려와서 연계를 하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했던 수비 가담도 많이 좋아졌다. 원톱으로 갖는 무게감은 석현준 쪽으로 가고 있다. 등번호 9번이 점점 잘어울리는 석현준이다.

변수가 생겼다. 슈틸리케 감독이 투톱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변화 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4-2-3-1, 4-1-4-1 등 미드필드 형태에 변화를 준 적은 있지만 최전방은 항상 한명의 공격수를 고수했다. 하지만 레바논전에 부임 후 처음으로 투톱을 활용했다. 당시는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던만큼 골을 넣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태국전에서 처음부터 석현준 이정협을 동시에 기용했다. 물론 활동량이 풍부한 이정협을 오른쪽 윙어로 포진시켰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스트라이커에 가까웠다. 석현준과 나란히 최전방에 서있는 순간이 많았다. "(석)현준이는 워낙 많은 것을 가진 선수다. 어떻게 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 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정협의 말을 비춰보면 슈틸리케의 투톱 기용은 일회성이 아닌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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