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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인연? 과거는 잊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인정 사정 볼 것 없다'며 일단 상대를 무찌르고 봐야 한다. 이런 기묘한 인연이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에서 일찌감치 등장했다.
이번 주말 펼쳐지는 K리그 클래식 2라운드가 한층 흥미진진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도훈-최진철 '결국 이렇게 만나네'
정들었던 친정팀? 그게 뭔데?
울산과 전북의 시즌 첫 대결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김신욱(전북)이다. 김신욱은 7년간 울산 프랜차이즈 스타로 있다가 전북으로 이적했다. 이적 배경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던 점은 분명하다. 그의 빈자리를 '굴러들어온 돌' 이정협이 메웠다. 이정협은 지난해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스타덤에 올라 이번에 다시 슈틸리케호에 승선하면서 재가동을 하는 중이다. K리그 시작은 떠난 자 김신욱이 쾌조다. FC서울과의 개막 '빅뱅'에서 1대0 결승골을 터뜨리며 진가를 입증했다. 반면 이정협의 울산은 상주에 0대2로 일격을 당해 궁지에 몰렸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이 최강의 전력으로 꼽히는 데 일찌감치 창끝을 다듬은 김신욱과 껄끄러운 대결을 해야 한다. 인천 미드필더 김태수도 전 소속팀 포항을 맞아 분풀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태수는 2004년 전남에서 데뷔했지만 2009년 포항으로 이적한 뒤 작년까지 더 오랜 시간을 포항에서 보냈다. 그렇게 정들었던 포항에서 경쟁에 밀려 인천에서 새출발이다. 김도훈 감독은 김원식이 빠진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태수를 기대하고 있다. 김태수는 "인천이 작년에 보인 팀플레이는 내가 원했던 것이다. 친정팀 포항을 상대로 꼭 승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현재 최고의 '핫플레이어' 아드리아노(FC서울)는 옛 스승 조진호 감독(상주)을 다시 만난다. 지난해 조 감독이 대전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인연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적으로 만나게 됐다. 조 감독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골 폭풍을 몰고 온 아드리아노에 대해 "내가 잘 키워서 그렇다"며 영입하고 싶은 선수로 꼽았다. 하지만 아드리아노는 현 소속팀의 리그 첫승을 위해 옛 스승에게 창을 겨눈다.
또 다른 이적생 정조국(광주)의 발끝도 관전포인트다. 정조국은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유일하게 멀티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다. 이번엔 제주를 만나 남기일 감독의 한을 대신 풀어줘야 한다. 포항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남 감독은 지난해 1승2패를 안겨준 제주를 맞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작년 서울 시절 제주와의 맞대결 2승1무1패로 우세였던 정조국을 굳게 믿을 수밖에 없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