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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울산, 상주전 패배서 얻은 교훈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3-14 09:16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기대 만큼 실망이 컸다.

'명가 재건'을 선언하며 2016년 닻을 올린 울산 현대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상주 상무와의 맞대결에서 두 골차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결과는 제쳐놓더라도 내용이 문제였다. 상주전에서 울산은 90분 동안 단 4차례 슈팅을 시도했을 뿐이다. 유효슈팅도 2번 뿐이었다. 전반 25분 서정진이 문전 왼쪽에서 크로스바를 넘긴 왼발슛 뒤 후반 40분 마스다가 아크 왼쪽에서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이 상주 골키퍼 양동원의 손을 거쳐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오기 전까지 무려 55분 동안 단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부분이다.

공격 전개도 달라진 게 없었다. 수비에서 전방으로 그대로 넘어가는 긴 패스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을 고수했다. 전반전부터 수비에 비중을 둔 상주가 라인을 깊숙하게 내리자 울산 포백라인이 볼을 돌리면서 패스 연결에 애를 먹는 모습이 심심찮게 노출됐다. 왼쪽 윙어로 나선 코바는 측면 플레이보다 길게 넘어오는 패스를 받는데 더 많은 비중을 소비하면서 활용폭이 좁아졌다. 오른쪽 윙어 김인성은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상주의 협력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좌우 풀백 이기제와 김태환이 지원에 나섰지만 오히려 상주의 카운터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후반 중반 풀백 이기제를 윙어로 올리고 센터백 김치곤으로 빈 자리를 채우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이미 두 골을 내준 뒤에다 시간도 부족했다. FC서울에서 데려온 베테랑 골키퍼 김용대는 포백라인과의 호흡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위기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부터 고질병이 된 수비 뒷공간 커버 문제는 이날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김신욱의 대안을 넘어 울산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 이정협에게도 아쉬움이 남았다. 조급했다. 많이 뛰면서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는 자신의 임무에는 충실했다. 하지만 2선과 약속된 움직임에서 미숙함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상대 수비진 교란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닿지 못했다. 그동안 A대표팀에서 변칙적인 움직임에 비중을 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무리 연결이 없는 공격수라면 원톱 효율성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변화의 폭이 상당히 컸다. 대들보 김신욱 뿐만 아니라 양동현 김승규 등 핵심자원들이 줄줄이 팀을 떠나면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 했다. 윤 감독이 이정협 서정진 김인성 서명원 박성호 등 알짜배기들을 수혈하면서 빈 자리는 어느 정도 채워졌다. 하지만 이적, 군제대, 신인 등을 포함해 총 23명이 팀을 떠나고 19명이 새롭게 입단하는 변화 탓에 조직력 다지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윤 감독 역시 "내가 원하는 축구에 100%까지 다가갈 수는 없다. 아마 원하는 모습이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상주전 패배는 쓰디쓴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울산은 동계 훈련 기간 연습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반면 보완점 찾기엔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상주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문제점은 일찌감치 변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갖는 전북 현대와의 클래식 2라운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변화를 택한 울산에게 초반 시련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했던 일이다. 하지만 '만년 우승후보', '전통의 명가'라는 타이틀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권 진입이라는 올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시행착오는 최소화 되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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