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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만큼 실망이 컸다.
공격 전개도 달라진 게 없었다. 수비에서 전방으로 그대로 넘어가는 긴 패스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을 고수했다. 전반전부터 수비에 비중을 둔 상주가 라인을 깊숙하게 내리자 울산 포백라인이 볼을 돌리면서 패스 연결에 애를 먹는 모습이 심심찮게 노출됐다. 왼쪽 윙어로 나선 코바는 측면 플레이보다 길게 넘어오는 패스를 받는데 더 많은 비중을 소비하면서 활용폭이 좁아졌다. 오른쪽 윙어 김인성은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상주의 협력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좌우 풀백 이기제와 김태환이 지원에 나섰지만 오히려 상주의 카운터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후반 중반 풀백 이기제를 윙어로 올리고 센터백 김치곤으로 빈 자리를 채우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이미 두 골을 내준 뒤에다 시간도 부족했다. FC서울에서 데려온 베테랑 골키퍼 김용대는 포백라인과의 호흡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위기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부터 고질병이 된 수비 뒷공간 커버 문제는 이날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김신욱의 대안을 넘어 울산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 이정협에게도 아쉬움이 남았다. 조급했다. 많이 뛰면서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는 자신의 임무에는 충실했다. 하지만 2선과 약속된 움직임에서 미숙함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상대 수비진 교란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닿지 못했다. 그동안 A대표팀에서 변칙적인 움직임에 비중을 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무리 연결이 없는 공격수라면 원톱 효율성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상주전 패배는 쓰디쓴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울산은 동계 훈련 기간 연습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반면 보완점 찾기엔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상주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문제점은 일찌감치 변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갖는 전북 현대와의 클래식 2라운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변화를 택한 울산에게 초반 시련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했던 일이다. 하지만 '만년 우승후보', '전통의 명가'라는 타이틀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권 진입이라는 올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시행착오는 최소화 되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