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건의 발품스토리]FC포르투의 남다른 사기 진작법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03-14 09:06


홈팀 벤치 지붕에는 무리뉴 감독 등 주요 감독들의 얼굴이 박혀 있다. 포르투(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포르투(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축구는 전쟁이다. 훈련을 통해 정병을 기른다. 필승 전술을 가다듬는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준비한다. 이 가운데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기살리기'다. 같은 조건이라면 기가 충만한 팀이 더욱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구단들은 선수들 그리고 팬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쓴다. 카드섹션, 클럽송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불가리아의 한 구단은 팬들이 '스타워즈'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다.

'용들의 보금자리' 에스타디오 두 드라강을 홈으로 쓰는 FC포르투도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과 팬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그 방법은 다른 팀과는 조금 다르다.


경기장 내 회랑에 FC포르투의 역사가 걸려있다. 포르투(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우선 선수들 중심으로 알아보자. 경기날이다. FC포르투 선수들은 전날 합숙을 한 뒤 경기장에 입장한다. 선수단을 실은 버스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주차장에서 턴을 하면 대회랑이 나온다. 한쪽 벽면에는 '영광의 순간'들이 걸려있다. FC포르투 영광의 순간 사진들을 300m 가량 죽 늘어놓았다. 2004년 AS모나코를 누르고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트로피의 키스하는 조제 무리뉴 감독. 데쿠와 헐크,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FC포르투가 배출한 스타들도 있다. 단순히 작은 사진을 걸어놓은 것도 아니다. 각각의 사진은 최소 5m 이상의 크기를 자랑한다. 흡사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의 명화들처럼 금빛 대형 액자에 걸어 전시했다. 경기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FC포르투의 역사에 긍지를 가지게끔 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상대팀에게는 주눅이 들게하려는 생각도 있다.

상대팀 선수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있다. 원정팀 라커룸이다. 선수들이 옷을 걸어놓는 라커 위쪽 벽에는 FC포르투 출신 스타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한 가운데에는 UCL 우승 트로피가 그려져 있다. 그 위에는 무리뉴 감독의 얼굴이 희미하게 오버랩돼있다. 상대팀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의지다.

경기장 안은 더욱 재미있다. 바로 팀 벤치다. 양 팀 벤치의 높낮이가 미묘하게 다르다. 홈팀 벤치가 원정팀보다 한 계단 높다. 에스타디오 두 드라강은 2003년 11월 문을 열었다. 당초 양팀 벤치의 높이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무리뉴 감독이 제동을 걸었다. 홈팀 벤치를 원정팀 벤치보다 조금이라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한 계단이라도 높으면 심리적인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정팀 선수들이 벤치에서 경기를 볼 때 조금이라도 어렵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한가지 더 숨겨져있다. 홈벤치 지붕에는 FC포르투 역대 주요 감독들의 얼굴이 박혀있다. 경기를 할 때마다 역대 명장들의 힘을 받게하기 위해서다. 흡사 '포스 아니 명장이 함께하리니'처럼.


에스타디오 두 드라강 경기장 내부에 그러져 있는 용 그림. 포르투(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조제 무리뉴 감독 등 선수단의 이름이 박혀있다. 포르투(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팬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것도 있다. 서쪽 관중석 안쪽 복도다. 큰 용이 한 마리 그러져 있다. 포르투의 자랑. 아줄레주(흰색 타일에 파란색으로 그림을 그려넣은 타일 예술의 일종)로 만들었다. 2004년 5월. 모나코를 누르고 UCL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용은 포르투의 상징이다. 그 아래 무리뉴 감독을 선두로 경기에 뛴 선수단의 이름이 타일에 박혀있다. 용과 선수단을 팬들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바로 독일 길젠키르헨 경기장에 갔던 팬들의 이름이 티켓 번호와 함께 벽에 박혀있다. 팬들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항상 기억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포르투 선수단과 팬들의 자부심은 그 어느 팀보다 뛰어나다. 포르투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도 "포르투 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클럽"이라고 감탄을 쏟아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