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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UCL과 순위 싸움, 중계권료의 상관관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3-13 18:15


ⓒAFPBBNews = News1

11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서 열린 토트넘과 도르트문트의 2015~2016시즌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위와 독일 분데스리가 2위가 대결하는 16강 최고의 매치업이었다. 헌데 토트넘의 선발명단이 의아했다. 2진이었다. 델리 알리, 에릭 다이어, 대니 로즈 등이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고 해리 케인, 에릭 라멜라, 무사 뎀벨레 등도 벤치에 앉았다. 대신 도르트문트는 최정예를 투입했다. 결과는 뻔했다. 토트넘은 도르트문트에 시종 끌려다니며 0대3 완패를 당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고 했지만 그의 시선은 14일 애스턴빌라와의 EPL 30라운드로 향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55년만의 리그 우승을 거머쥘 기회를 잡았다. 선두 레스터시티(승점 60)와의 승점차는 불과 5점. 주력 선수들을 제외한 것도 이 때문이다. EPL은 유럽대항전을 포기할 정도로 치열하다.

영국의 유명 축구 분석가 조나단 윌슨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흥미로운 칼럼을 기고했다. 'EPL은 유럽 대항전에 뛸 능력은 떨어지지만 적어도 예측할 수 없는 리그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EPL은 갈수록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올 시즌 빅4 모두 부진한 모습이다. 맨유는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짐을 쌓고 첼시는 파리생제르맹에 패하며 8강행에 실패했다. 바르셀로나와 맞붙은 아스널은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0대2로 패하며 탈락이 유력하다. 그나마 해볼만한 디나모 키예프를 상대로 원정 1차전에서 3대1로 이긴 맨시티가 EPL의 희망이다. 유로파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16강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리버풀과 맨유 중 한 팀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과거 EPL이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에 3팀을 올리고 결승전에서 EPL팀들간 맞대결까지 펼쳤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EPL의 부진은 심각할 정도다. 자칫하면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도 3장으로 줄어들수도 있다.

하지만 순위싸움은 어느때보다 뜨겁다. 29라운드까지 선두 레스터시티와 최하위 애스턴빌라(승점 16)의 승점차는 44점. 다른 빅리그를 보면 이 간격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다. 28라운드가 지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51점, 25라운드를 마친 독일 분데스리가는 46점, 29라운드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는 49점이다. 올 시즌 EPL에서 나온 4골차 이상 승부는 단 12경기 뿐이다. 분데스리가는 19경기, 프리메라리가는 24경기나 된다. EPL에서 매경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는 얘기다. 이같은 결과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가 한 몫을 했다. EPL 사무국은 중계권료를 50%를 구단에 균등 배분하며 나머지 50%는 성적과 생방송 노출 빈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영국 스포츠 전문 방송 스카이 스포츠·BT 스포츠와 2016~2017시즌부터 3년간 진행되는 새로운 중계권 계약 금액은 무려 51억 3600만 파운드(약 8조8275억원)다. 지난 시즌 15위였던 뉴캐슬이 중계권료로 벌어들인 1억140만 유로(약 1343억원)는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중계권료(1억610만 유로·1405억 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EPL 내에서는 약팀이지만 수익만 놓고 본다면 세계적 최고수준이다. 이 같은 수익을 바탕으로 수준급 선수들을 더했고, 이는 전력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프리메라리가는 EPL과 반대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프리메라리가는 올 시즌에도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빅3'가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4팀이 16강에 살아남았다. 프리메라리가는 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내부는 그렇게 치열하지 않다. 선두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너무 크다. 올 시즌에도 빅3의 잔치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스페인 리그에서는 레스터시티처럼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노리는 팀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스페인에서는 빅클럽이 크게 부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빅클럽이다. 물론 세 팀도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EPL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메라리가는 EPL과 달리 수십년간 구단이 각자 중계권료를 판매할 수 있었다. 인기 구단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중계권료의 상당 부분을 독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는 올 여름부터 새로운 중계권료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2019년까지 리그 전체 중계권료로 받게될 약 26억 유로 중 10%를 2부 리그에, 그리고 나머지 90%의 절반을 1부 리그 2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한다. 이후 남은 액수는 각 구단의 최근 5년 성적, 그리고 홈 경기 관중수와 구단 규모에 따라 나뉘어서 지급될 계획이다. 이 정책은 프리메라리가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꿀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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