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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용대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3-06 08:28


◇사진제공=울산 현대

어느덧 '훈남'보다 '베테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수식어가 됐다.

울산 현대 골키퍼로 새출발 하는 김용대(37)는 올해 프로 14년차다. 연세대를 졸업한 2002년 부산에서 프로에 데뷔할 무렵만 해도 뛰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수려한 외모로 여성 팬들을 사로 잡았다. 이후 성남과 상무를 거쳐 2010년 FC서울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후배들의 도전은 거셌고 세월은 그의 거미손을 붙잡았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주전' 타이틀은 더이상 김용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김승규(26·고베)의 공백으로 대체자를 물색하던 울산 현대가 그의 손을 잡았다.

5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울산 현대의 2016년 출정식 자리서 만난 김용대의 얼굴엔 '베테랑의 여유'가 넘쳤다. 새 유니폼을 입은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미 그의 모습은 팀에 완벽히 적응한 듯 했다. 김용대는 "바깥에서도 울산은 좋은 팀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직접 겪어보니 선수단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며 "많게는 17~18살 차이가 나는 조카뻘 선수들도 나를 어려워하기 보다 스스럼 없이 대해주는 게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성적만 나온다면 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내 최고참 타이틀을 달게 됐다. (김)태환이가 주장이지만 홀로 모든 것을 끌고 나아가기 어려운 부부늘이 잇을 것이다. 고참인 만큼 그런 부분을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노장'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자리가 됐다. 김용대는 "작년엔 경기장 안에서 인사했던 선수가 (김)병지형 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병지형도 없어졌다"고 웃은 뒤 "병지형이 그 나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몸관리 뿐만 아니라 기량까지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노장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주변에서 말이 많아진다. 기복없이 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지(706경기)에 이어 현역 골키퍼 최다 출전 2위(394경기) 기록을 갖고 있는 김용대는 "아무리 많이 뛰어도 병지형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웃으며 "이제 매 경기가 간절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큰 목표보다는 매 경기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지 모르는 만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대의 합류로 울산은 '명가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지난해 시즌 초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울산은 극도의 부진 속에 스플릿 그룹B로 추락했다. 올 시즌 목표는 그룹A 진입을 넘어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과 우승이다. '절대 1강' 전북 현대 뿐만 아니라 '친정팀' FC서울까지 넘어서야 이뤄낼 수 있는 목표다. 김용대는 "내게 볼이 많이 오지 않는 게 팀에겐 좋은 일"이라며 "윤정환 감독님이 '골을 내주지 않으면 적어도 승점 1은 딸 수 있다'는 말을 곧잘 한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골은 공격수가 넣는 것이지만 골을 막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C서울에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서울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며 "서울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만큼 애정이 남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울산 선수다. 서울에 대해선 좋은 추억만 가져가고 싶다. 경기장 안에선 김용대라는 선수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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