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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태환, 주머니 홀쭉해진 사연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3-06 08:28


'후배들아, 많이 먹었니? 내일부터 열심히 운동하자!'

울산 현대 주장 김태환(27)이 SNS 남긴 메시지다. 올해 그의 주머니는 홀쭉해졌다. 지난 연말 백년가약을 맺은 피앙세의 '바가지'는 아니다. 훈련을 마친 뒤 후배들과의 식사 자리가 늘어나면서 생긴 '기분좋은(?)' 현상이다. 일부 선수들은 한달음 해 엄청난 식성을 보이면서 김태환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울산 라커룸에는 웃음 소리가 하나 더 추가된다.

김태환의 노력 덕분인지 울산은 올 시즌 쾌조의 분위기 속에 시즌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새롭게 울산 유니폼을 입은 공격수 서명원(21)은 "지난해 울산 팀 성적이 좋지 ?訪 올해 사실 두려웠던 게 사실인데 합류해보니 형들이 너무 잘해주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며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선수단 뿐만 아니라 김태환 본인의 변화도 크게 느껴진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프로인생 첫 주장 완장을 찬 김태환의 2016년 목표는 '원팀(One team)'이다. 지난해의 아픔이 묻어 있다. 울산은 2015년 K리그 우승 후보로 지목됐지만 초반 반짝 상승 뒤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한때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라커룸에 맴돌았고 팀 주변에선 흉흉한 소문 만 돌았다. 후반기 무패 행진 속에 7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절반의 성공에도 미치지 못한 사실상의 '실패'였다.

윤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김치곤이 맡던 주장 자리를 김태환에게 건넸다. 처음에 고사했던 김태환도 윤 감독의 강력한 의지에 완장을 차기로 했다. 지난해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던 김태환은 팀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선수단의 가장 노릇을 하면서도 후배들의 고충과 선배들의 어려움을 모아 코칭스태프와 절충점을 찾는 역할도 소홀하지 않았다. 울산 구단 관계자가 "(김태환이) 원래 좀 무뚝뚝한 성격인데 주장 완장을 찬 뒤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놀라움을 드러낼 정도다.

김태환은 "지난해엔 팀 회식이 없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자리를 갖기 쉽지 않았다"며 "올해부터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까지 참가하는 회식을 매달 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갖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회식 외에도 나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식사 자리도 자주 만들고 있다"며 "(정)승현이 등 몇몇은 너무 많이 먹어서 깜짝 놀랐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주장이 되니 여러가지 신경써야 할 게 많더라.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프런트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지난해 주장이었던 (김)치곤이형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했다"며 "올해는 모두가 힘든 가운데 열심히 노력했다. 좋은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나가 되어 조직적인 축구를 하는 게 감독님의 구상이자 우리의 목표"라며 "팀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분오열 됐던 울산이 '소통하는 주장' 김태환의 등장으로 뭉쳤다. 침묵했던 호랑이는 이제 포효할 준비를 마쳤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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