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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만 만나면 펄펄'구자철 데뷔골부터 해트트릭까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06 04:39


사진출처=아우크스부르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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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위치선정, 완벽한 타이밍, 냉정한 마무리… 영민한 재능을 보여줬다.'

'원샷원킬' 구자철(26)의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에 대한 독일 분데스리가 홈페이지의 평가다. 구자철은 5일 11시 30분(한국시각) 홈구장 WWK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와 레버쿠젠전에서 전반 5분, 전반 44분, 후반 12분 무려 3골을 몰아쳤다. 구자철의 '미친 활약'에 도 불구하고 아우크스부르크는 레버쿠젠에 3대3으로 비겼다. 경기 종료 30초를 남기고 통한의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팀의 무승부는 아쉬웠지만, 나홀로 3골을 밀어넣은 구자철의 재능은 반짝반짝 빛났다.


사진출처=아우크스부르크 SNS
구자철의 날, 프로 첫 해트트릭

2007년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후 프로 데뷔 9년만에 첫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이날 홍정호와 나란히 선발 출전한 구자철은 초반부터 몸놀림이 유난히 가벼웠다. 전반 3분 첫 슈팅을 날리며 감각을 예열했다. 전반 5분 에스바인이 엔드라인에서 볼을 필사적으로 살려낸 후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들어가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왔다. 구자철이 왼쪽 박스안으로 쇄도해 온몸을 날리며 오른발로 볼을 밀어넣었다. 1-0, 아우크스부르크의 선제골이었다. 구자철은 지난달 22일, 22라운드 하노버전에서 폭풍 질주후 환상적인 4호골을 기록한지 3경기만에 골을 재가동했다. 시즌 5호골, 리그 최다골 타이기록이었다.

이후 레버쿠젠의 거센 공세 속에 아우크스부르크는 고전했다. 위기속에 또다시 '해결사' 구자철의 발끝이 번쩍 빛났다. 전반 44분 핀보가손이 엔드라인에서 박스안으로 파고들며 노려찬 슈팅이 오른쪽 골대 밑을 맞고 튕기자마자 박스 중앙에서 구자철이 수비진을 따돌리고 날선 슈팅을 쏘아올렸다. 정확한 오른발 슈팅이 또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원샷원킬' 결정력으로 만든 6호골, 순식간에 한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멈출 뜻이 없었다. 후반 12분 박스안에서 또 기회가 찾아왔다. 핀보가손이 떨궈준 가슴 패스를 이어받자마자 이번엔 통렬한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의 프로 데뷔 후 첫 해트트릭, 아우크스부르크 소속 선수가 분데스리가 입성후 기록한 첫 해트트릭이었다. 이날 해트트릭에 힘입어 구자철은 올시즌 20경기에서 7골을 찍었다. 개인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2010~2011시즌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으며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이후 2011~2012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로 뛰며 15경기 5골을 기록했고, 2014~2015시즌 마인츠에서 23경기 5골을 기록한 바 있다. 구자철의 7호골은 '전담 키커' 폴 베르에흐(6골)를 넘어선 팀내 최다골 기록이다. 2011~2012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최다득점자가 다시 돌아왔다. 골에 대한 집중력과 탁월한 마무리 능력, 팀을 위한 헌신의 결과다. 리그 9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부상의 변수만 극복한다면 최다골을 넘어 첫 두자릿수 득점도 기대해볼 수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 구자철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구자철의 3골이 비록 승점 1점에 그치긴 했지만, 완벽한 위치선정, 완벽한 타이밍의 영민한 재능을 보여주며 안방에 억누를 수 없는 활기를 불어넣었다. 3골 모두 냉정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진출처=아우크스부르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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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 킬러', 무승부가 더 아쉬운 이유


구자철은 역대 레버쿠젠전에 유독 강했다. 2012년 2월 18일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 레버쿠젠을 상대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기록했다. 팀의 1대4 '대패'로 빛바랬지만, 이날 구자철은 레버쿠젠을 상대로 유일하게 골을 터뜨리며 팀의 영패를 막았다. 지난해 4월11일 마인츠에서 레버쿠젠을 상대로 페널티킥으로 2골을 몰아쳤다. 2대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구자철의 첫 멀티골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갈아입은 올시즌, 레버쿠젠과의 만남에서 구자철은 멀티골에 만족하지 않았다. 절정의 골 감각으로 끝내 해트트릭을 썼다. 발에 닿는 족족 골이 터졌다. 골대를 맞고 튕겨나온 세컨드볼은 거짓말처럼 구자철을 향했다. 구자철은 환상적인 위치선정과 깔끔한 마무리 능력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원샷원킬'이었다. '레버쿠젠 킬러'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레버쿠젠을 상대로 총 6골을 기록하게 됐다. 분데스리가 데뷔골, 첫 멀티골, 첫 해트트릭 기록까지 모두 레버쿠젠을 제물 삼았다. 데뷔전에서 1골, 마인츠에서 2골, 이날 3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존재감과 성장세를 유감없이 뽐냈다.

레버쿠젠을 상대로 구자철은 강했지만, 팀은 강하지 못했다. 구자철의 해트트릭 이후 레버쿠젠은 만회골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3분 후인 후반 15분, 메흐메디의 도움에 이은 벨 아라비의 오른발 슈팅이 성공했다. 후반 35분 문전에서 베르에흐의 자책골이 나오며 '한골차 위기'에 몰렸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박스안 에프레이 하우레우가 손으로 상대의 슈팅을 쳐내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찰하노글루가 침착하게 PK를 성공시켰다.

구자철이 골을 넣고 맹활약한 3경기에서 팀은 이기지 못했다. 한번도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했다. '팀플레이어' 구자철로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아우크스부르크에게 이날 경기는 하노버전에 이어 3경기만에 후반기 2승을 꿰찰 절호의 기회였다. 심지어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2011~2012시즌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는 10번의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레버쿠젠을 넘지 못했다. 3무7패로 절대 열세였다. 사상 첫승의 9부 능선을 넘고, 새 역사를 눈앞에 뒀으나, 마지막 30초를 버티지 못했다. 종료 10분전 자책골, 종료 30초전 '페널티킥' 동점골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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