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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축구의 중심은 단연 중국이었다.
김영권은 2012년 여름 J리그 FC도쿄를 떠나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던 광저우 헝다로 이적했다. 이제 막 A대표팀에 자리를 잡은 신예 수비수가 당시만 해도 '수준이 낮은' 중국 무대로 떠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이적이였다. 김영권은 명장들과 함께 하며 한단계 도약했다. 김영권은 3년 연속 슈퍼리그 베스트11 수비수 부분에 선정됐다. 슈틸리케호에서도 김영권의 입지는 굳건하다. 김영권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사이 슈퍼리그는 두번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거머쥐었고, 슈퍼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수도 10명 가까이 늘었다.
이제 아무도 중국 축구를 무시하지 않는다. 변화의 시작부터 함께 하고 있는 김영권은 달라진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영권을 23일 중국 광저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때마침 호텔 로비의 화면에서는 ACL 하이라이트가 한참 이었다. 산둥 루넝이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꺾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에게서 급변하는 중국축구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김영권의 2016년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 겨울은 어떻게 보냈나.
(김)신욱이형, (이)재성이, (이)범영이와 함께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왔다. 1월 22일에 수료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확실히 힘들더라. 군면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웃음) 두바이 전지훈련 중에는 홍명보 감독님도 만났다. 중국에 오셔서 축하드린다고 했다. 다른 팀에 관해서 많이 물어보셨다. 표정이 좋아보이셔서 기분이 좋았다.
-최근 중국 축구의 투자가 무섭다.
나도 뉴스로 '누가 온다, 누가 온다'하는 소식을 들으면서 '와,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할 정도로 발전이 빠르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선수들과 상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기도 하다.
-3년 반 전 중국행을 택했을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
전혀 못했다. 사실 중국에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광저우만 투자를 했지 슈퍼리그 자체가 발전하는 단계도 아니었다. 당시 광저우에는 리피 감독이 있어서 그 부분이 나를 많이 흔들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투자 후 가장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사실 한국에서는 외국인 선수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중국 자국선수들이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좋은 외국인 감독 밑에서 지도를 받고 좋은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다보니 분명 능력이 올라가고 있다. 슈퍼리그가 상향 평준화되는 모습이다. 이제 우리팀의 우승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스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는만큼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표팀은 여전히 부진한데.
팀에 있는 중국 대표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생갭다 처우가 안좋더라. 유니폼도 반납해야 하고, 비행기도 이코노미를 타야한다더라. 훈련비도 2만원 정도 밖에 안나온다고 하더라. 물론 대표팀은 명예가 중요하지만 중국 선수들은 대우가 안좋으니까 의욕도 떨어지는 것 같다. 분명 개인 능력만 놓고보면 아시아에서 이 정도 성적으로 머물 수준은 아니다.
-K리그를 바라보는 중국축구의 시각은 어떤가.
옛날하고는 다르다. 이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K리그팀은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한국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좋다. 열심히 하고 실력이 있으니까. 슈퍼리그팀들은 K리그 톱클래스 선수들을 항상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리그팀과 ACL에서 붙을때 기분은 어떤가.
항상 재밌다. 개인적으로 K리그 경험을 못했는데 ACL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같은 말을 쓰는 팀과 상대편으로 붙는다는게 까다롭기도 하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하는 리그이기도 하고. 중국에서 뛰지만 항상 뉴스를 통해, 영상을 통해 K리그를 챙겨보는만큼 낯설지 않다. 올 시즌 전북이랑 서울은 만나기 싫다. 피할 수 없는 4강 정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웃음)
-최근의 투자가 거품이라는 소리도 있는데.
그래도 투자가 10년 정도는 이어지지 않을까. 만약 지금처럼 투자하지 않더라도 지금 쌓고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잘 유지된다면 향후 더 큰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게 진짜 무서운거다.
-리피, 스콜라리 등 명장들과 함께 해왔는데.
확실히 능력이 있으시다. 리피 감독은 정말 머리가 좋다. 이탈리아에서도 별명이 여우였다더라. 스콜라리 감독은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매 훈련마다 소리 지르는게 인상적이다. 공통점은 선수들을 믿어주신다는 점이다. 실수를 해도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실수를 잊게 해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선수 입장에서는 편하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 중 인상적인 선수는.
뎀바 바. 사실 진짜 잘하는 선수들은 다 우리팀에 있었다. 굴라트, 엘켄손, 콘카, 무리퀴, 새롭게 온 마르티네스까지. 연습 때 같이 해보면 이들이 우리 팀이라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웃음)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하면서 역설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은 유럽행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을수도 있겠다.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아무리 많아도 한계가 있다. 유럽을 나가면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유럽에서 뛰는 (홍)정호와 얘기를 많이 한다. 부럽기도 하다. 작년에 광저우와 재계약을 했는데 바이아웃이 생겼다. 좋은 제안이 오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중국에 있는 한국 선수들과는 자주 연락하나.
(장)현수 같은 경우에는 같은 아파트에 산다. 자주 만난다. 나머지는 거리가 멀어서 쉽지 않다. 주로 전화로 얘기한다. 최근에 이적한 선수들한테 연락이 자주 온다. 다 쓸데 없는 것만 물어본다.(웃음)
-A대표팀 분위기가 좋다.
전에도 그랬지만 확실히 단결력이 좋아진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오시고는 경쟁도 심해진 것 같다.
-올해부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이 시작되는데.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아픈 기억이 있는만큼 꼭 월드컵에 나서고 싶다. 그간 강팀들과 붙지 않아서 우리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전보다 성장했다는 점이다. 센 팀과 붙는다고 해서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는 팀이 됐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2016년 리우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사실 (권)창훈 정도를 제외하면 친한 후배는 없다. 그래도 대단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 (충고를 해주자면) 올림픽에는 우리 보다 강한 팀 밖에 없다. 우리처럼 죽기살기로 뛰는 수 밖에 없다.(웃음)
-올 시즌 목표는.
리그 우승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하는 것. 그리고 월드컵에 나서는 것.
-다시 2012년 여름으로 돌아가도 중국행을 택할 것인가.
물론이다. 중국행은 내 축구인생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 일본에 갔을때는 프로 1, 2년차였다. 거기서 프로가 무엇인지를 배웠다면 중국에서 3~5년차를 보내면서 경험도 쌓고 트로피도 얻었다. 좋은 감독님 밑에서 좋은 축구도 배웠다. 스스로 더 성장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