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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100골을 넣고 싶다. K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
스테보는 2007~2008년 전북에서 첫 K리거의 삶을 경험했고, 2008~2009년 포항에서 뛰었으며, 2011~2013년 수원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남에서 70경기를 뛰었고, 25골을 터뜨렸다. 스테보가 거친 K리그 4구단 중 전남에서 가장 많이 뛰었고, 가장 많은 골을 기록했다. 스테보는 전북에서 43경기 19골, 포항에서 38경기 14골, 수원에선 61경기 24골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전남에서 매시즌 35경기를 소화했고, 10골 이상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올시즌 전남에서 100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스테보는 "노상래 감독님의 선택에 달렸다. 육체적으로 나이를 먹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절대 나이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은 내게 가족이자 집이다. 노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도 정말 편안하게 대해주신다. 프로선수들에게 많은 자유와 책임을 주는, 유럽 스타일이다. 노 감독님과 함께하는 두번째 시즌인 만큼 원하시는 바를 더 잘 알게 됐다. 더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스테보는 K리그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형 외국인선수다. "축구선수가 서른살을 넘기면 언제든 은퇴할 수 있다. 부상이든 컨디션 문제든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다. 나 역시 그라운드에서 어린선수들에게 밀린다면 당장 그만둘 것"이라더니 "아직은 괜찮다"며 싱긋 웃었다. "서른다섯의 외국인선수를 믿고 남게 해준 전남 구단, 길을 열어준 노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올시즌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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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서의 시즌3,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전북으로 떠난 '영혼의 브라더' 이종호(24)를 떠올렸다. "종호가 없는 첫 시즌이다. 종호가 전북에 간 것은 내게 '해피 앤 새드(happy and sad)'다. 종호에겐 정말 잘된 일이다. 전북은 K리그의 레알마드리드 같다. 모든 선수들이 가고 싶어하는 팀"이라고 했다.
'테보형' 스테보는 외국인 선수이기 이전에 전남의 멘토이자 선배다. 허용준, 조석재, 한찬희 등 전남의 어린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스스럼없이 조언을 건넨다. 이종호 역시 스테보와의 대화, 호흡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했다. 스테보는 후배들을 향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조)석재와 한방을 쓴다. 늘 좋은 대화를 나눈다. (허)용준과 함께 뛰는 것은 정말 기분 좋다. 강한 정신과 강한 파이팅을 지녔다. 올시즌 베스트 루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찬희는 미드필더, 섀도스트라이커 등 공격 포지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준다. 기대가 많이 된다."
어린선수들이 '전남과 K리그의 미래'라고 했다. "종호가 그러했듯 작은 충고를 잘 받아들이는 선수들은 큰 변화를 만들어내더라. 축구뿐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첫해 잘하다가, 콧대가 높아지고, 나태해지고, 사라지는 선수들도 많이 봤다. 프로는 늘 한결같아야 한다. 매일 똑같이 훈련하고 똑같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스테보는 이종호가 떠난 전남을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쳤다. 유고비치, 오르샤 등 '동유럽 삼총사'와 동계훈련 내내 한몸처럼 붙어지냈다. "우리는 정신과 언어가 같다.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뭘 원하는지 눈으로 안다"고 했다. 동유럽 선수들의 K리그 활약에 대해 '스테보 효과'라고 했더니 미소 지었다. 강력한 피지컬과 몸싸움, 문전 해결 능력을 보유한 스테보, 빠르고 화려한 드리블러 오르샤, 중원의 패스마스터 유고비치와의 최강 조합을 꿈꾼다. "우리 모두가 공격라인에서 함께 미친다면 어떤 팀도 막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오르샤는 스피드, 슈팅, 드리블이 뛰어나다. 유고비치는 굿 패스를 넣어준다. 테크닉이 뛰어나다. 허용준은 비밀병기다. 왼발의 안용우는 영원한 나의 '로벤'이다. 배천석과 조석재도 있다. 우리가 각자 100%를 해낸다면 아무도 우리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새시즌 목표는 지난해와 같았다. "전남이 6위 안에 드는 것, 개인적으로는 공격포인트 15개"라고 답했다. K리그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도 감추지 않았다. 동유럽 출신 레전드인 데얀(FC서울)을 슬쩍 언급했다. "나도 외국인선수 '100호골'에 도전하고 싶다. 현재 K리그 현역 외국인선수 중엔 데얀이 유일하지 않나. 나도 100골 기록까지는 뛰고 싶다"며 웃었다.
현재 스테보는 K리그 통산 212경기에서 82골을 기록중이다. 100골까지 18골이 남았다.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냐"는 '돌직구' 질문에 '테보형'은 주저없이,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예스!"라고 답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