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30)에겐 '미생'이라는 단어가 낮설지 않다.
부평고를 졸업한 2004년 청운의 꿈을 안고 인천에 입단,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K리그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부평고 동기들이 청소년대표 등으로 승승장구할 동안, 이근호는 인천 2군 훈련장을 지킬 뿐이었다. 2군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지만, 2006년까지 고작 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꿈을 포기지 않았고 곧 기회가 찾아왔다. 2007년 대구FC로 이적한 이근호는 그해 10골을 넣으며 이름을 알렸고,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까지 손에 쥐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으로 눈물의 귀국길에 오른 아픔도 겪었지만, 2012년 울산 현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일조하면서 재기했고, 결국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명단에 포함되며 '완생'으로 거듭났다.
이근호가 '축구 미생'들의 후원자로 나섰다. 이근호는 28일 서울 상암동 미즈노코리아 본사에서 청춘FC에서 활약했던 오성진 이제석에게 각각 1000만원 상당의 용품을 후원하기로 했다. 오성진 이제석은 한 TV프로그램에서 청춘FC 소속으로 뛰었으나, 부상으로 최종전에 나서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근호는 당시 '특별 훈련'편에 출연해 "끝까지 버티는 선수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후원식은 당시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근호는 용품 전달식을 마친 뒤 후배들과 식사를 나누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근호는 "힘들 때일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후배들을 후원하게 됐다"며 "나 역시 지인들의 도움으로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미즈노와의 후원 계약을 연장하면서 얻게 된 수익금 전액을 축구 꿈나무를 위해 기부한다. 또 미래의 태극전사를 꿈꾸는 형편이 어려운 유소년 선수 및 모교인 부평동중, 부평고에도 축구 용품 지원을 계속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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