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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같은 이틀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2008~2009시즌 경질된 루이스 펠리페 스콜리리 감독 대신 3개월간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22경기(16승5무)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였다. FA컵 우승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위,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 바 있는 '정신적 지주' 존 테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히딩크 감독의 훈련법은 매우 강도가 높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 대단한 지도자다. 모든 선수들이 그를 신뢰할 것이다. 감독은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함께 해야한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히딩크 입장에서도 이번 첼시행은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몇년간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2010년 8월 터키 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승률 43.75%(7승4무5패)에 그치며 유로2012 본선행에 실패했다. 다음 행선지로 러시아의 부자 클럽 안지(2012년 2월∼2013년 7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여기서도 33승15무14패(승률 53.23%)로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도자 생활의 종착역이라며 지난해 8월 고국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컴백했지만, 4승1무5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유로2016행 티켓을 잡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6월 경질됐다. 첼시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 지난 시즌 강행군의 여파가 남아있다. 지난 시즌 EPL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던 에덴 아자르는 첼시에서 뿐만 아니라 벨기에 대표팀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후반기부터 이어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마냐 마티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오스카 등도 확실히 지난 시즌만 못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골을 마무리 지어줄 최전방의 문제가 심각하다. 2008~2009시즌에는 디디에 드로그바와 니콜라스 아넬카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히딩크식 축구가 특별한 컬러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공격수들의 마무리 솜씨가 워낙 좋았다. 하지만 지금 첼시에는 디에고 코스타, 라다멜 팔카오가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력, 멘탈 모두 문제가 있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조건으로 공격수 보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가 벌써부터 첼시행 루머를 장식하고 있다. 만약 특급 공격수 영입에 실패할 경우 첼시는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
과연 히딩크 감독은 마지막 기회에서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5개월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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