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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없는 배'는 결국 침몰하고 만다. K리그 경남FC가 같은 모양새다. '선장 리더십 부재'로 침몰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홍 지사를 대신할 구단 대표들도 무능했다. 6월 김형동 대표이사는 갑자기 사임했다. 팀을 맡은 지 5개월만이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말 못할 다른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팀은 또 다시 흔들렸다.
김 대표를 이어 팀을 맡은 박치근 대표는 한술 더 떴다. 박 대표는 10월 박성화 당시 경남FC 감독에게 비상식적인 압력을 넣었다. 갑자기 주포인 스토야노비치의 기용을 자제시켜 달라고 문자로 압력을 넣었다. 당시 스토야노비치는 9골을 넣고 있었다. 스토야노비치가 10골을 넣게 되면 경남FC는 계약서에 따라 보너스로 5000만원을 더 지급해야 했다. 그 돈이 아깝다는 것이 이유였다. 승리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할 축구단의 가치를 부정하는 '몰상식적' 행동이었다.
경남FC는 11월 혁신안을 발표했다. 선수단을 26명선으로 축소하고 외국인 선수도 뽑지 않겠다고 했다. 연간 예산도 기존 7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줄였다. 그래놓고 박 대표는 "내년에 16~18승을 거둬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26명의 미니 선수단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성적을 내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혁신이 아니라 퇴행이었다.
황당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표는 "K리그는 기업 구단 위주인 클래식과 시·도민 구단 위주인 챌린지로 나뉜 형태"라며 "기업구단은 든든한 재정 지원 속에 K리그 클래식에 상존해 있지만 자율 경영 능력이 부족한 시·도민 구단은 K리그 챌린지에만 머물러 있다. 1, 2부 리그가 상생 발전하기 위해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축구의 기본도 모르는 발언이다.
비상식적인 행보는 이어졌다. 신인 선수 선발 테스트였다. 경남에 연고를 둔 실업팀과 대학팀 선수들을 모았다. 이틀에 걸쳐 연습경기를 펼치게 했다. 문제는 선수선발위원회였다. 박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이명국 이사(창원 남산고 체육교사)만 축구인이었다. 그나마 이 이사도 고등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프로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나머지는 비선수 혹은 태권도 유단자였다. 비전문가들이 선수를 뽑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 다른 논란도 있다. 바로 박 대표 본인의 '정치 행보 논란'이다. 박 대표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의 수임인으로 등록했다. 실제로 경남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주민소환 서명을 받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프로연맹 정관 위배 가능성이 있다. 프로연맹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만약 문제가 될 경우 경남은 징계를 피할 수 없다.
결국 해결책은 '결자해지(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밖에 없다. 홍 지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환부는 바로 도려내야 한다. 자기 사람을 챙기려다 경남FC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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