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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0일, 혼자서 엘 클라시코를 지배한 선수가 있었다.
이날 '주포' 루이스 수아레스는 2골을 터뜨렸고, '캡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1골-1도움을 올렸다.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는 8차례의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가장 빛난 별은 단연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전반 39분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아 경기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후반 7분에는 감각적인 힐패스로 이니에스타의 골을 도왔다. 네이마르는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성공했다. 그의 진가는 공격포인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화려한 드리블과 결정적인 패스로 레알 마드리드 수비를 흔들었다. 10년 전 호나우지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부상을 딛고 후반 11분 교체투입됐다. 하지만 경기는 이미 네이마르가 지배하고 난 후였다.
이번 엘 클라시코는 이전과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상징했던 이케르 카시야스(포르투)와 사비 에르난데스(알 사드)가 없이 치러졌다. 둘 없이 열린 엘 클라시코는 15년만이었다. 또 다른 하나. '포스트 메시-호날두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그 전에도 엘 클라시코는 최고였지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계 최고의 선수를 양분하고 있는 두 선수의 맞대결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메시와 호날두는 엘 클라시코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치열한 라이벌전을 이어갔다. 메시는 21골로 엘 클라시코 최다골 기록을 보유 중이며 호날두도 바르셀로나를 만나 15골이나 터뜨렸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메시가 부상으로 후반전에야 모습을 드러냈고 호날두는 관중의 야유를 받을 만큼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그 틈을 타 네이마르 혼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엘 클라시코를 통해 '포스트 메시-호날두'의 주인공이 확실히 정해진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메시를 막기 위해 수년간 골머리를 앓았다. 아직 메시 봉쇄법도 완벽하지 않은 지금, 네이마르까지 재능을 모두 표출해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겐 악몽 같은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 엘 클라시코는 새로운 황제의 대관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바야흐로 네이마르의 시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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