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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호나우지뉴 데자뷰' 네이마르, '포스트 메날두'를 알리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1-22 19:53


ⓒAFPBBNews = News1

2005년 11월 20일, 혼자서 엘 클라시코를 지배한 선수가 있었다.

'외계인' 호나우지뉴였다. 그때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였지만 호나우지뉴는 단연 특별했다. 호나우지뉴는 격이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호나우지뉴의 패스, 드리블, 슈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호나우지뉴는 홀로 2골을 터뜨렸다. 특히 상체 페인팅으로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를 바보로 만든 두 번째 골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그의 플레이에 홈팀이었던 레알 마드리드 팬들조차 기립박수로 경외감을 보냈다.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3대0 승, 호나우지뉴 혼자서 만든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0년 후인 2015년 11월 22일, 또 한 명의 브라질 선수가 혼자서 레알 마드리드를 무너뜨렸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이날 카드 섹션을 위해 준비한 흰 종이를 흔들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항복을 의미한 것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굴욕을 안긴 주인공은 호나우지뉴의 고향 후배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의 원맨쇼에 230번째 엘 클라시코는 싱겁게 마무리됐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에서 4대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주포' 루이스 수아레스는 2골을 터뜨렸고, '캡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1골-1도움을 올렸다.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는 8차례의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가장 빛난 별은 단연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전반 39분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아 경기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후반 7분에는 감각적인 힐패스로 이니에스타의 골을 도왔다. 네이마르는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성공했다. 그의 진가는 공격포인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화려한 드리블과 결정적인 패스로 레알 마드리드 수비를 흔들었다. 10년 전 호나우지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부상을 딛고 후반 11분 교체투입됐다. 하지만 경기는 이미 네이마르가 지배하고 난 후였다.

이번 엘 클라시코는 이전과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상징했던 이케르 카시야스(포르투)와 사비 에르난데스(알 사드)가 없이 치러졌다. 둘 없이 열린 엘 클라시코는 15년만이었다. 또 다른 하나. '포스트 메시-호날두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그 전에도 엘 클라시코는 최고였지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계 최고의 선수를 양분하고 있는 두 선수의 맞대결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메시와 호날두는 엘 클라시코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치열한 라이벌전을 이어갔다. 메시는 21골로 엘 클라시코 최다골 기록을 보유 중이며 호날두도 바르셀로나를 만나 15골이나 터뜨렸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메시가 부상으로 후반전에야 모습을 드러냈고 호날두는 관중의 야유를 받을 만큼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그 틈을 타 네이마르 혼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엘 클라시코를 통해 '포스트 메시-호날두'의 주인공이 확실히 정해진 셈이다.

네이마르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12골을 기록 중이다. 메시가 쓰러진 사이 네이마르는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현란한 드리블과 축구센스가 빛났던 네이마르는 결정력과 경기운영능력까지 갖춘 완전체 선수로 성장했다. 호나우지뉴는 "네이마르는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다. 네이마르의 성장은 전혀 놀랍지 않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그의 능력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가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후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오마주같은 활약으로 호나우지뉴의 칭찬에 보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메시를 막기 위해 수년간 골머리를 앓았다. 아직 메시 봉쇄법도 완벽하지 않은 지금, 네이마르까지 재능을 모두 표출해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겐 악몽 같은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 엘 클라시코는 새로운 황제의 대관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바야흐로 네이마르의 시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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