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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코치' 김은중, 지도자로 '완생' 꿈꾼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11-05 17:49


◇사진제공=스포티즌

세계 축구의 중심은 유럽이다.

매주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승리를 위한 열정은 선수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지도자들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새로운 선수단 운영과 관리, 전술을 꺼내들며 '승리'를 갈구한다. 하지만 선수단에 비해 폭이 좁은 코칭스태프 자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역시절 K리그 대표주자 중 한명이었던 '샤프' 김은중(37)은 유럽 무대서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보내고 있다. 영광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현역생활을 정리하고 벨기에 무대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김 코치는 최근 워크퍼밋(취업비자) 발급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5일 서울서 만난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열정으로 넘쳤다.

1부 승격의 꿈은 '현재진행형'

김 코치가 몸담고 있는 벨기에 2부리그 투비즈는 고공비행 중이다. 리그 12경기를 치른 6일 현재 9승2무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5연승의 상종가다. 김 코치는 "지난 시즌에 비해 준비를 착실히 했고, 조직력도 나아진 게 상승세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공격수 출신이었던 만큼 '골잡이'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말리 출신 공격수 마마두 디알로(33)가 12경기서 11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 중이다. 중원에선 미드필더 메강 로랑(23·벨기에)이 7골로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코치는 "디알로는 올 시즌에 물이 오른 베테랑"이라며 "2선의 어린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게 특히 눈에 띈다"고 상승세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2~3명 정도의 어린 선수들은 K리그 무대에 내놓아도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대전에서 활약했던 김 코치는 1월 투비즈에 코치로 합류,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투비즈는 국내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스포티즌이 인수, 운영 중인 클럽이다. 김 코치 입장에선 한국인 프런트의 존재가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한 만큼 적응이 쉽진 않았다. "가족과 함께 시작한 벨기에 생활인데, 환경도 생소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 초반엔 답답했던 게 사실이다. 구단에서 배려를 해줘 이제야 정착이 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세계 뒤흔든 '원조 붉은악마' 벨기에, 해답은 '유스'다

벨기에 리그는 유럽 축구의 변방이다. 국가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넘볼 정도로 강력하지만, 클럽팀의 경쟁력은 반비례 한다. 벨기에 무대서 명문으로 치는 안더레흐트나 브뤼헤, 겡크는 유럽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선 맥을 추지 못한다. '클럽이 강해야 대표팀도 강해진다'는 속설과는 반대의 행보다.


김 코치가 꼽은 벨기에 축구의 힘은 '유스 시스템'이었다. 비록 리그가 강하진 않지만 우수한 선수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결국 벨기에 대표팀을 강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짚었다. 김 코치는 "12세 이하 유스팀 경기를 지켜본 적이 있는데, 양팀 벤치에서 경기 내내 아무런 지시가 없더라. 알고보니 벨기에축구협회에서 12세 이하 유스팀 경기 중에는 벤치에서 지시를 내릴 수 없게 했더라. 어린 선수들의 창의성을 막는다는 게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유스팀 간 경기에서 승패는 무의미하다.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축구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우리 기준에서 보면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은 선수들이 중구난방으로 뛸 수 있다고 보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 스스로 조직력이나 전술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팀들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김 코치는 이런 분위가 유스 시절부터 키워온 '창의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김 코치는 "코칭스태프나 선수 모두 클럽의 승리를 위해 모인 '협업관계'다.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은 이미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른 상황"이라며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의견도 결국 '승리'라는 목표로 가는 단계다. 서로를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엔 거짓이 없다

'양'보다 '질'이 우선인 시대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집중하지 못한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투비즈를 통해 유럽 축구의 단면을 바라보는 김 코치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개 팀 훈련을 하면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처음 팀에 합류해보니 처음 몸을 푸는 시간부터 선수들이 엄청나게 뛰어 다니더라"며 "훈련 중에도 '저러다 다치겠다' 싶을 정도로 격렬하다. 서로 태클을 하다 싸우기도 하고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 감독이나 코치들이 봐도 내버려 두는 편"이라고 했다. '대충대충'이 통하지 않는 이런 분위기의 핵심은 '배려'다. 김 코치는 "흔히 일본인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가 강하다고 하는데, 유럽 선수들도 마찬가진 것 같다"며 "느린 패스나 어설픈 볼 트래핑이 동료, 팀의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다보니 자신의 플레이에 공을 들이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스 시절부터 프로까지 그라운드 안에서 모든 평가가 이뤄진다는 문화가 결국 격렬함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도자 김은중, '완생' 꿈꾼다

여전히 김 코치는 '초보 지도자'다. 지도자로 온전히 보내는 첫 시즌은 설레임과 기대가 뒤섞여 있다. 김 코치는 "선수 시절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지도자 입문 뒤 서서히 보이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올 시즌 유일한 패배가 앤트워프전이었는데, 내년 2월 초에 다시 맞붙는다. 꼭 이겨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코치는 휴식일 마다 차로 2시간 거리인 독일로 건너가 분데스리가를 관전 중이다. 더 큰 무대에서 싸우는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김 코치는 "12월 중순부터 한 달 간 리그 휴식기가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국 등 다른 리그들을 둘러보면서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돌아보면 그의 축구인생에 쉬운 길은 없었다. 시력 문제를 딛고 입문한 프로 무대에선 약체팀의 간판 공격수였고, 대표팀에선 늘 피말리는 경쟁을 했다. 도전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시간은 더욱 박수 받을 수 있었다. 김 코치는 지도자로 '완생'을 꿈꾸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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