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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는(35·서울)는 그라운드를 누빌 수 없다.
그래도 그는 슈퍼매치에서 K리그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슈퍼매치가 차두리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K리그 시작이 바로 슈퍼매치였다. 2013년 4월 14일이었다. 3월 27일 입단식을 마친 그는 원정에서 열리는 슈퍼매치에는 결장이 예상됐다. 2012년 연말 독일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와 계약을 해지한 후 잠깐 은퇴해 실전 감각이 물음표였다. 무대가 무대인 만큼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홈도 아닌 원정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처음에는 엔트리에서 제외할 예정이었다. 생각을 바꿔 차두리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 호출했다.
차두리라 달랐다. 수원팬들은 차두리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그도 이유를 몰랐다.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 억울해 했다. 그리고 "아버지(차범근 감독)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서 유럽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K리그 데뷔전인 첫 슈퍼매치는 1대1 무승부였다.
올해는 더 극적이었다. 첫 대결에선 1대5로 대패했다. 차두리의 공백이 있었다. 그는 1-1 상황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차두리가 나간 후 서울은 후반 내리 4골을 허용했다. 두 번째 만남은 0대0, 무승부였다. 9월 19일 세 번째 만남은 대반전이었다. 차두리가 골을 터트렸다. 전반 42분이었다. 상대 수비수의 로빙 패스 미스를 가로채 20m를 질주한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팀의 세 번째 골이었고, 서울은 수원을 3대0으로 완파하며 1대5 대패를 설욕했다. 골 뒷풀이도 압권이었다. 차두리는 수원 팬들을 향해 '귀쫑긋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 손을 귀에 대고 수원 서포터스석을 바라보며 질주했다. 기수를 돌려 벤치로 향할 때는 수원의 한 팬이 차두리를 향해 바나나를 던지기도 했다. 차두리는 "도발적인 세리머니이기는 하지만 유럽에서는 일반적"이라며 "그동안 수원팬들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골을 넣으니 조용해져서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는 어디로 갔나 하는 생각에 하게 됐다. 항상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분도 좋고 여러가지 마음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가 차두리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마지막 슈퍼매치였다.
서울은 현재 차두리를 위한 은퇴식을 어떻게 치를지 고심하고 있다. 7일 마지막 슈퍼매치가 1안이고, 2안은 내년 3월 홈 개막전이다.
차두리는 슈퍼매치의 정신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리지 못하지만 차두리의 진정한 K리그 엔딩은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로 기록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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