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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새롭게 단장된 FA컵이 20번째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두 팀 모두 27일 FA컵 단판승부를 향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서울은 두 번의 눈물은 없다고 벼르고 있다. 인천은 'AGAIN(어게인) 성남'을 노래하고 있다. 결전에 앞서 최용수 서울 감독(44)과 김도훈 인천 감독(45)이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설전'을 벌였다. 서울의 미드필더 다카하기, 인천의 수문장 유 현도 함께했다.
최 감독과 김 감독의 인연이 물결치고 있다. 그러나 양보는 없다. 그 날을 향한 두 팀의 전쟁, 서막은 이미 열렸다.
'독수리' 최 감독은 지난해 16년 만의 FA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한풀이 기회를 1년 만에 자력으로 쟁취했다. 유독 FA컵과 인연이 없었던 서울은 1998년 이후 17년 만의 정상을 다시 노크한다. 올 시즌 인천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감독은 '늑대 축구'를 내세웠다. 두 감독 모두 FA컵에서 올 시즌의 끝을 봐야 한다.
혈전을 예고했다. 최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한번 권위있는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린 1998년 이후 우승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결승 진출에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두 번 연속 실패는 없다.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김 감독도 맞불이었다. "선수들이 결승전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으로 가득하다. 결승까지 올라오기가 쉽지 않았다. 미생으로 시작해서 FA컵 결승에서 완생으로 끝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최 감독은 역사적인 FA컵 결승전을 기약했다. 그는 "훗날 2015년 FA컵 결승전이 팬들의 기억속에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 승패는 하늘에 맡길 것이다. 원없이 신나고,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것이 우리의 컨셉트다. 상대가 한 발짝 뛰면 우리는 두 발짝, 상대가 100%로 뛰면 우리는 120% 뛰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올 시즌 인천은 K리그에서 서울에 1무2패로 열세다. 김 감독은 "FA컵은 다르다. 지난 경기를 잊고 FA컵 승리를 위해 준비할 것이다. 운동장에서 쓰러지겠다는 정신력을 가지고 맞서겠다"며 반박했다.
동상이몽, 예상스코어는 2대0
미디어데이에선 별미로 'OX 퀴즈' 타임을 가졌다. 두 팀 사령탑과 함께 다카하기와 유 현도 참여했다. '승부차기까지 가서 짜릿하게 우승하고 싶다'는 질문에 최 감독만 'O',나머지는 'X'를 표기했다. 최 감독은 "단판 경기고 홈에서 열리는 만큼 바람타듯이 경기 운영을 하고 싶다. 그러나 어떤 상황도 나올 수 있다. 항상 마지막까지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유 현은 "승부차기까지 안 갔으면 좋겠지만 가더라도 자신있다"고 응수했다. '우승하면 팬앞에서 멋지게 막춤을 추겠다'는 물음에도 최 감독만 'X'였다. 김 감독은 "막춤이어서 막 추겠다"며 웃었다.
주관식으로 예상 스코어를 묻는 코너에선 최 감독, 김 감독, 유 현 모두 2대0 승리를 꼽았다. 물론 최 감독은 서울이 '2', 김 감독과 유 현은 인천이 '2'였다. 다카하기키는 '?-0'이라고 썼다. 몇 골을 터트릴지 모른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최 감독은 몰리나와 윤주태, 김 감독은 케빈과 진성욱의 득점이 기대된다고 했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상대 수비가 견고하고, 아드리아노에 대한 밀착마크가 예상된다. 몰리나는 세트피스는 물론 배후를 통해 골을 넣을 수 있다. 윤주태도 공간이 없을 때 본인의 장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단순했다. 그는 "케빈이 FA컵에서 골맛을 봐 또 다시 골을 넣을 것 같다. 진성욱은 FA컵에서 골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골맛을 볼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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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출신인 두 감독은 연세대 1년 선후배 사이다. 김 감독이 89학번, 최 감독은 90학번이다. 공교롭게 이날 미디어데이에선 대학시절 은사인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함께했다. 그는 "이렇게 함께하니 정말 기쁘다. 앞으로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갈 두 감독이다. 31일 명승부를 기대한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학창시절 에피스도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말해도 되냐"며 최 감독을 바라봤다. 최 감독이 미소를 짓자 날선 공격 대신 덕담을 이어갔다. 그는 "학창시절 같은 방을 썼다. 선수 최용수는 선배를 깍듯이 모셨다. 또래 후배들이 잘 못했을 때 구박을 했는데 잘 참고 이겨냈다. 좋은 선수로 성장했고, 감독으로는 선배다. 배울 점도 많고,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후배라서 뿌듯하고 더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 감독도 화답했다. 그는 "넉다운 시킬려고 칭찬을 하는 것 같다. 속지 않는다"며 웃은 후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친형제처럼 재밌게 보냈다. 김도훈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올 시즌 악조건 속에 이렇게 헤쳐나올지는 나도 예상치 못했다.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물론 '덕담의 시간'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선수들도 우승을 향한 열망을 토로했다. 다카하기는 "우승을 위해 100% 이상 발휘해 꼭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유 현은 "큰 대회 결승에 올라 영광이다. 선수단 분위기가 밝고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해 성남이 우승했고, 올해는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FA컵 결승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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