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은 '1강' 전북 현대의 우승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였다. 그러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18일 제주와의 스플릿 그룹A의 첫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수원은 목표를 재설정했다. '2위 사수'에 초점을 맞췄다.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이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2위를 지켜내야 했다.
첫 번째 방어전은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상대는 성남이었다. 그런데 방어전이 오심으로 얼룩졌다. 이날 팽팽하게 흐르던 승부는 경기 막판 주심의 휘슬에 의해 요동쳤다. 후반 40분이었다. 수원 왼쪽 풀백 양상민이 올린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 뒤를 파고들던 권창훈이 공중으로 솟구쳐 헤딩으로 공을 밀어넣었다. 박준혁 성남 골키퍼가 골대 안으로 들어가 쳐내긴 했지만, 이미 공은 골라인을 완전히 넘었다가 나왔다. 방송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그러나 주심과 부심은 공이 골라인을 100% 넘지 않았다고 판단,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사실 주심은 부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골대를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각도상 골 여부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런데 골라인 선상에서 골 여부를 판단해야 했던 부심의 위치도 잘못됐다. 공이 골라인을 넘었을 때 골라인 선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주심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수 없었다. 평소 점잖은 서정원 수원 감독마저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주부심과 대기심은 판정을 뒤집지 않았다.
클래식 스플릿 그룹A는 예민하다. 사실상 우승에 다가선 전북을 제외하고 포항, 수원, 서울이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세 팀 중 두 팀만 ACL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승점 1점이 귀중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은 오심으로 승점 2점을 잃었다. 대가는 가혹했다. 수원은 같은 날 제주를 2대1로 꺾은 포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서 감독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승점 1점과 3점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권창훈의 마지막 헤딩 슛 장면은 아쉬울 따름"이라며 "이미 끝난 경기라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상당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한 시즌의 중요할 때 승점 3점을 놓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제 스플릿 그룹A의 남은 경기는 3경기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선수들이 흘린 땀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향후 선수들이 심판에 대한 신뢰를 잃은 채 뛸 수밖에 없다.
내년 시즌부터라도 스플릿 시스템이 작동된 뒤 심판 수를 늘려 6심제가 적용돼야 이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골라인 판독을 최첨단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심판 수를 늘려 정확한 판정을 유도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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