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천 1분을 버티지 못해 날린 상위그룹 9부능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9-23 21:51





인천이 상위 스플릿 9부능선을 뼈아프게 놓쳤다.

인천은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1대2로 패했다.

경기 초반 조기 실점을 한 뒤 힘겹게 동점에 성공했지만 인저리 타임 1분여를 버티지 못했다. 상위 스플릿 9부능선이라도 통과하려는 꿈은 무산됐고, 남은 33라운드에서 외나무 승부를 해야 한다. 승점 45에 머문 인천은 33라운드에서 반드시 이기거나 경쟁팀 제주, 전남의 결과에 따라 상위 스플릿에 진출할 수 있다. 부산을 누른 제주(승점 43)와 수원에 패한 전남(승점 42)이 여전히 인천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인천이 경험한 통한의 9부능선 실패는 드라마같았다.

시작은 불운,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김도훈 인천 감독은 경기전 인터뷰 말미에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다른 경쟁팀들이 패하면 좋을텐데…." 그러면서도 "요행을 바라지 않고 우리는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한다. 경기중 벤치에서 다른 경기를 볼 수도 없으니 공격축구로 밀고 나간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속마음은 잠깐 감춰두고 자력으로 상위 스플릿을 확정짓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다짐은 너무 일찍 위기를 맞았다. 전반 5분 한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황당 실점이었다. 왼측면으로 드리블하던 울산 미드필더 구본상이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가 골기둥을 스치더니 안으로 빨려들었다. 인천 골키퍼 유 현도 손쓸 수 없는 애매한 방향이었다. 골을 넣은 구본상도 어리둥절한 제스처를 취했다. 인천에겐 불운이었다. 올 시즌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2무, 역대 전적에서 크게 열세였던 인천으로서는 조기 실점이 치명적이다. 하지만 저 멀리 남쪽(광양)에서 행운의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천이 실점한 지 10분 뒤 전남전을 치르던 수원이 선제골을 넣었다. 턱밑에서 인천을 위협하던 전남에 드리운 패색의 그림자는 인천에겐 분명 호재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리리니…

인천에게 행운의 기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원-전남전 후반 5분 수원 권창훈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인천은 전반 35분으로 접어들 무렵이다. 광양쪽 사정을 알 리 없는 인천 선수들이 만회골을 위해 울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인천은 장신 외국인 공격수 케빈 패턴을 주로 활용했다. 측면에서 문전의 케빈을 향해 크로스한 뒤 케빈이 해결하도록 하거나 세컨드볼을 노렸다. 케빈은 경기 초반부터 원톱으로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심판의 애매한 휘슬에 땅을 치며 파이팅을 독려하는가 하면 세트피스 수비에 가담해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내기도 했다. 케빈의 분투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가 싶더니 전반 38분 마침내 빛났다. 수원이 2-0으로 앞선 지 3분 만이었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박대한이 문전 쇄도하는 케빈을 노리고 크로스를 올렸고, 케빈은 상대 수비수 2명보다 한 템포 늦게 들어가는 절묘한 위치선정으로 방아찍기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19일 부산전(2대1 승) 선제골로 팀의 연패 탈출을 도왔던 에이스다웠다. 상위 스플릿 9부능선에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열심히 두드려서 열린 쪽은 인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인천에 케빈이 있다면 울산엔 김신욱이 있지 않은가. 경기 후반 김신욱 활용을 높여가던 울산은 인저리타임에 만세를 불렀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겨두고 오른 측면에서 올라온 김태환의 크로스가 김신욱의 머리에 제대로 배달됐다. 무승부로 크게 만족할 수 있었던 인천은 마지막 불운에 땅을 쳐야 했다. 대신 K리그 막판 스플릿 경쟁은 더 흥미로워졌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