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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 벤치에서 지켜본 이청용 끝내 출전 불발 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9-21 16:42 | 최종수정 2015-09-21 16:47


◇사진캡처=SBS스포츠

기대했던 올 시즌 첫 번째 '코리안 더비'는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리안 데이'였다. 주연은 손흥민(23·토트넘)이었다. 손흥민이 20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골로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을 수놓았다. 품격이 다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으로 토트넘 팬들의 마음을 빼앗은 그는 후반 22분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스루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20m를 드리블 한 후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33분 교체된 그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퇴장했다.

1대0, 토트넘이 손흥민의 원맨쇼를 앞세워 EPL에서 2연승을 달렸다. 휘슬이 울린 후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카메라는 이날의 영웅 손흥민을 추적했다. 그 속에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이 들어왔다. 손흥민과 적으로 맞닥뜨린 이청용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벤치를 지켰다. 둘은 불과 17일 전 한 팀에서 동료애를 나눴다.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차전에서 동반 출격해 8대0 대승을 함께 일궜다.

EPL은 또 다른 삶은 터전이다. '이국 땅'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EPL에 둥지를 틀었다. 첫 만남이라 둘도 만감이 교차했다. 이청용과 손흥민은 뜨겁게 포옹했다. 이청용은 후배의 EPL 데뷔골에 축하의 말을 건넸다.

국내 팬들도 이청용의 결장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청용은 왜 끝내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일까. 크리스탈팰리스는 올 시즌 공격과 중원에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1390만유로·약 177억원)을 기록한 요한 카바예를 비롯해 패르틱 뱀포드, 알렉스 맥카시, 코너 위컴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기존의 윌프리드 자하, 제이슨 펀천, 야닉 볼리시에 등도 건재하다. 이청용도 그 틈새에 있다.

이청용의 올 시즌 키워드는 생존이다. 현재까지는 예열 중이다. 그는 6라운드가 흐른 EPL에서 단 한 차례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리그 3경기 출전은 모두 교체였다.

EPL이 아닌 리그컵에서 가능성을 실험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015~2016시즌 캐피탈원컵 2라운드 슈루즈버리 타운(3부 리그)과의 홈 경기(4대1 승)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을 소화했다. 팀이 2-1로 앞선 연장 전반 7분에는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번 주중 크리스탈팰리스는 리그컵 32강전을 치른다. 24일 찰턴(2부 리그)과 맞닥뜨린다. 찰턴과의 경기는 단순한 컵 대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런던 더비'로 불리는 전통 깊은 라이벌전이다.


이청용은 그 경기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탈팰리스는 토트넘전을 앞두고 이청용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런데 이청용의 포커스는 토트넘이 아닌 찰턴전이었다. 그는 17일 "찰턴과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라이벌 매치 승리와 리그컵 선전을 위해 일조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토트넘전은 예견된 결장으로 분석된다.

'코리안 더비'는 무산됐지만 이청용은 토트넘전 후 손흥민의 활약에 엄지를 세웠다. 그는 "손흥민이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고 빠른 시간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자랑스럽다"며 "팀 동료들한테 빨리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행히 흥민이한테 공도 많이 간다. 팀 스타일도 흥민이랑 잘 맞는 것 같아서 앞으로 적응하는데 문제없을 것 같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코리안 듀오'의 정은 뜨거웠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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