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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군단'이 무너지고 있다. 네덜란드가 유로 2016 예선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잡음 가득했던 정권 교체
사령탑부터 흔들렸다. 네덜란드축구협회(KNVB)는 브라질월드컵을 3개월 앞둔 2014년 3월 차기 감독 인선을 발표했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를 지휘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었다. 네덜란드 언론은 판 할 감독의 후임으로 로날도 쾨만 감독을 지목했다. 페예노르트를 지휘하던 쾨만 감독은 판 할 감독과 가장 비슷한 축구 스타일을 지향했다. 좌우 측면을 적극 활용하는 역습 축구가 그의 장기였다. 쾨만 감독 본인도 2013~2014시즌이 끝난 뒤 네덜란드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KNVB는 노장 히딩크 감독을 선택했다. 여기에서 멈췄어야 했다. KNVB는 쾨만 감독에게 '수석 코치' 자리를 제의했다. 자존심이 강한 쾨만 감독에게는 일종의 모욕이었다. 쾨만 감독은 KNVB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우스햄턴으로 떠났다.
과거지향적 축구
히딩크 감독은 과거의 인물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축구 핵심은 점유율 극대화다.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패스에 몰두한다. 상대가 공격할 시간을 주지 않는데 집중한다. 한 때의 대세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 '점유율 극대화의 표본' 스페인이 우승했다. 다른 팀들이 스페인 격파에 나섰다. 속도였다.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을 들고 나왔다. 판 할 감독의 네덜란드가 선두주자였다. 2014년 브라질에서 판 할 감독은 역동적인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다.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곳으로 나아가 역습에 가담했다. 좌우 측면은 빠른 공수전환으로 상대의 수비진을 흔들어댔다. 그 덕에 네덜란드는 브라질에서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자 네덜란드는 자신들의 특성을 잃어버렸다.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은 의미없는 패스만 남발했다. 안정적인 플레이에 치중하다보니 공격의 적절 타이밍을 놓쳤다. 유로 2016예선 첫 경기였던 체코전에서부터 1대2로 졌다. 카자흐스탄과의 2차전서는 3대1로 승리했지만 압도하지 못했다. 아이슬란드 원정에서의 0대2 패배와, 터키와의 홈경기 1대1 무승부가 뼈아팠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6월 30일 사임을 선언했다. 상처만 남겼다. 히딩크 감독의 제자였던 로날드 드 부어마저 6월 "히딩크는 훌륭하지만 이젠 낡았다. (네덜란드엔)젊은 감독이 필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릴 정도였다.
문제는 남은 2경기다. 카자흐스탄 원정, 체코와의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카자흐스탄전은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선수들의 경기력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원정이기에 의외의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체코와의 홈경기다. 허투루 볼 수 없는 상대다. 여기에 터키의 경기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터키는 체코, 아이슬란드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 팀 모두 본선 출전을 확정했다. 터키를 상대로 무리할 필요가 없다. 터키가 더욱 유리한 상황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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