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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전사' 산실, 경정훈련원을 가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9-03 07:49


◇경정 선수 14기 후보생들모이 지난달 20일 인천 영종도 경정훈련원 실습실에서 모터 분해-조립을 통해 구조를 익히고 있다. 이들은 내년 12월까지 1년 6개월 간의 훈련을 받은 뒤 정식 선수로 데뷔하게 된다. 영종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한적한 도로가 곧 좁아졌다.

인천공항 활주로가 들여다 보이는 영종도의 한 귀퉁이, 그곳에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가 세운 경정훈련원이 자리 잡고 있다. 왕래가 많은 곳이지만,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요새'이기도 하다. 지난 7월 7일부터 '미래 수상 전사'가 되기 위해 모인 경정 선수 후보생 14기 13명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달 20일 영종도로 향했다.

지옥문 넘나든 한 달

"지금이 가장 긴장하면서도 설레는 순간입니다." 이진형 경정훈련원장은 씩 웃으면서 선수들을 소개했다. 남자 10명, 여자 3명으로 구성된 14기 후보생들은 최근 1주일 간의 꿀맛같은 휴가를 받은 뒤 복귀한 터였다. 초반 3주 간은 지옥문을 넘나들었다. 1주일 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이어진 2주 간의 합숙에서 수상훈련을 실시했다. 물 위에서 이뤄지는 경정의 특성상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체육전공자들도 힘들어하는 수상훈련에선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양반입니다. 최근 몇 년 전만 해도 '해병대 캠프'를 방불케 하는 훈련을 했는데, 지금은 정말 필요한 교육만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한눈에 봐도 '교관' 티가 풀풀 나는 훈련원 터줏대감 성영준 교관의 말이다. 대화 중 옆을 스쳐 지나가던 한 후보생의 우렁찬 경례구호는 14기 후보생들의 마음가짐과 현장 분위기를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최고 선수의 비결은 '기본'

이날의 교육 과정은 보트 왁싱과 모터 교육. 보트 밑바닥을 왁스로 골고루 문지르는 왁싱은 얼핏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경주 때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보트를 정비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동안 '눈'으로만 보트를 봐온 후보생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교육에 임했다.

이어진 모터 교육, 후보생들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후보생이 되기 전까지 일반 학생, 직장인, 구기-개인 종목 선수로 활약했던 이들인 만큼 모터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다. 대부분의 후보생들이 모터를 처음 접하면 나오는 반응은 '신기함'이다. 그러나 1년 6개월 간의 피나는 교육 기간을 마치면 분해-조립이 완벽한 '능력자'로 변신한다. 모터 교육 담당 교관과 질문을 주고 받는 후보생들의 눈빛은 이미 미사리 경정장을 그리는 듯 했다.

경정훈련원은 지난 13기부터 교육 과정을 1년에서 6개월 더 늘렸다. '제대로 된 선수'를 배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경정킹' 김효년(41·2기)과 동기생으로 성 교관과 '훈련원 투톱'을 맡고 있는 김대성 교관은 "사실 보트를 몰고 경주를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3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경정은 혼자 하는 게 아닌 조화를 이뤄야 하는 스포츠"라며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실제 경주서 페어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들을 길러내기 위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조종사 뺨치는 후보생 교육

1년 6개월만 보내면 '선수'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 뺨치는 관문의 연속이다. 6개월 단위의 3차 테스트 뿐만 아니라 교육-실습 간 후보생 개개인에게 점수가 매겨진다. 테스트에서 60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그대로 '퇴출'이다. 테스트 외의 기간에도 인성-태도 면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면 '데뷔'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김 교관은 "경주도 승부이기 때문에 이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며 "모든 후보생이 입소부터 수료까지 가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교관들이 훈련원의 아버지라면, 이 원장은 어머니다. 후보생들의 심정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실제 교육 참여와 자격증 교육까지 이수할 정도의 열성파다. 교육을 마친 뒤에는 긴 교육 기간을 보내며 지친 선수들의 마음을 달램과 동시에 완주를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성 교관과 김 교관은 최근 후보생 교범을 만들어 적용 중이다. 그동안 수많은 후보생을 배출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더 나은 선수를 길러내기 위한 준비다. 성 교관은 "처음 경정이 도입될 때만 해도 뭐가 맞는 줄 몰라 몸으로 때우기 일쑤였다"며 "후보생들에게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상호이해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스스로 노력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걸음마를 뗀 신출내기 후보생들의 좌충우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과연 내년 말 13명의 14기 후보생이 낙오자 없이 데뷔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영종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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