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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김도훈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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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감독의 '닥공포기' 발언은 K리그 클래식 내 다른 감독들에게도 화제였다. 클래식을 주도하는 최 감독의 말인만큼 파급력이 컸다.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엄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수비축구는 전북이라면 넘어야 하는 산'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최 감독의 닥공포기 발언을 이끌어낸 김도훈 인천 감독은 "작전 구사는 감독의 몫"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북은 인천의 수비축구에 고전 끝에 0대1로 패했다. 최 감독의 발언은 이 경기 후 나왔다. 김 감독은 "우리와의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공격축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후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팀이 전북 같이 개인 능력이 좋은 팀과 경기를 하게 되면 수비적인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전북은 그런 수비벽을 뚫어야 하는 숙명을 가진 팀"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수비 전술이 '승리'를 위한 전략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전북전을 앞두고 이기기 위해 준비를 했다. 수비적으로 내렸지만 역습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수비만 하느냐, 공격도 하느냐는 역습이나 공격의 빈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우리 선수들은 골을 넣겠다는 집중력이 좋았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 감독은 "순위가 박빙이고, 스플릿이 얼마 안남아서 수비적으로 하는 모습이 있다. 팀마다 사정이 있고 뭐라 이야기하기는 그렇다.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팀 색깔은 분명해야 한다. 상위팀들은 수비를 깨부술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할 수 있어야 강팀이다. 진정한 강팀이라면 그런 수비라인도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하위' 최문식 대전 감독은 "전북이 강해서가 아니라 전북의 스타일에 대응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팀 상황을 고려해 수비적으로 나와야 한다면 그렇게 전술을 짜는게 감독의 권리다. 아무도 지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기일 광주 감독은 더 적극적이었다. 남 감독은 "대전과의 경기에서 패한 후 전술변화도 생각해봤다"며 수비적인 전술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고 밝혔다. 승격팀인 광주는 시즌 초반 공격축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그 패턴이 읽히며 승리하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북과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남 감독은 "최 감독님도 전술변화에 대해 언급하셨지만, 우리의 경우 잔디 상황도 좋지 않아 전술적인 변화도 고려해봤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기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잔디가 안좋아도, 골을 먹어도 우리가 해오던대로, 잘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최 감독의 심정을 이해했다. 조 감독은 "모든 팀들이 매번 수비적인 전술만 쓰지는 않을 것인데 강팀 전북을 만나는 팀의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전북은 매번 경기할 때 마다 그런 플레이를 상대하니 답답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전북이 수비적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곧 본래 색깔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감독은 "우리 팀의 경우 선수들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성향이 수비적인 역할보다는 공격적인 면이 크다. 우리도 스리백을 써봤는데 잘 안맞더라. 위쪽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더 낫다. 전북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과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는 2위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엄살은 아닌 것 같다. '절대 1강'에 대한 부담, 선수 구성이 바뀐 상황에서 팀 내부적인 상황 등을 고려한 것 같다. 아마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감쌌다. 하지만 최 감독의 발언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 감독은 "전북이 어떻게 나오든 의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축구를 완성시키는데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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