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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경험'이 만든 힘이었다. 태극낭자들은 6월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치렀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이후 12년만의 일이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박은선(이천대교)이 포진한 '역대 최강'이라고 했지만, 16강을 기대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덜덜 떨리는 브라질과의 첫 경기(0대1 패)를 마친 여자 대표팀은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2대2 무)을 통해 첫 승점을 쌓더니 스페인과의 최종전(2대1 승)에서 월드컵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사상 첫 16강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16강이라는 성적표 보다 더 소중한 것이 '경험'이었다.
이번 동아시안컵 대표팀에는 지소연 박은선이 빠졌지만 월드컵 16강의 '경험'이 남아있었다. 사실 여자 대표팀은 최악의 일정 속에 대회를 치렀다. WK리그 경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동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했다. 몸상태가 정상인 선수가 많지 않았다. 윤덕여 감독은 대회 내내 선수들의 컨디션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에게는 '힘'이 있었다. 일본전을 돌이켜보자. 냉정히 말해 1차전 중국전과 같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패스미스도 많았고 전술적으로도 흔들렸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승리였다. 내용을 떠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경험이 만든 소중한 '선물'이었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여자 대표팀 앞에는 또 하나의 미션이 있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예선은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한국, 일본, 북한, 중국에 호주와 2차 예선 1위팀(태국 유력)까지 6개 팀이 모여서 풀리그를 펼친다. 모두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어찌보면 월드컵 보다 더 출전이 어려운 것이 올림픽일수도 있다.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 이 힘 역시 경험에서 나온다.
지속적인 A매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센터백' 임선주는 "여기에 와서 3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개인적으로 늘었다는 느낌을 확 받는다. 앞으로도 A매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국전 결승골' 정설빈(이상 현대제철)은 "국내 선수를 많이 부딪히는 것 보다 해외 선수와 한번 경기하는게 확실히 다르다. 많은 경험을 하고 그를 토대로 리그를 뛰면 서로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에 발맞춰 A매치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A매치가 필요하다. 협회는 4월 러시아와 17년만의 국내 여자축구 A매치를 개최했다. 당시 러시아는 2진급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던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동아시안컵을 마친 윤 감독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나도 예전에 경험했지만, 확실히 큰 대회 후 여유가 생긴다. 시야와 운영능력 등이 향상될 수 있다. 큰 대회에서 다 이기면 좋지만 패해도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큰 경기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하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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