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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민-장슬기-이소담이 쏘아올린 대한민국 女축구 희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8-09 16:57 | 최종수정 2015-08-10 07:51



8일(한국시각)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최종전 북한전, 0대2로 패하며 준우승을 확정한 직후 윤덕여 감독이 그라운드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갔다. '당찬 막내' 이금민(서울시청), 장슬기(고베 아이낙)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따뜻한 눈빛으로 딸같은 제자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전을 치하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이금민, 장슬기, 이소담(스포츠토토) 등 어린 선수들이 좀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주전으로 나선 첫 동아시안컵, 1994년생 막내 공격수들은 당찼다.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프랑스전에서 부상한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섰던 이금민은 중국, 북한전에서 왼쪽 날개로 나섰다. '공포의 셔틀런'에서 팀내 1위를 놓치지 않은 '체력왕'이다. 폭염속 우한의 그라운드에서도 파워풀한 플레이는 빛났다. 1대1 몸싸움에서 북한의 소문난 '강철 수비수'들을 상대로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저돌적인 드리블, 강렬한 슈팅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역시 '캐나다여자월드컵' 멤버인 이소담은 첫 경기 중국전 첫 승을 이끌었다. 심서연과 더블 볼란치로 나서 맹렬한 압박으로 중원 싸움에서 승리했다. 기회가 날 때마다 날카로운 중거리포로 상대를 위협했다. 1994년생 중 A매치(21경기) 경험이 가장 많다.

'일본파' 장슬기는 일본, 북한전 후반 '특급 조커'로 나섰다. 일본 고베 아이낙 1년차인 장슬기는 소속팀에서 세계 최강 일본 대표팀 에이스들에게 밀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득점왕(8골)의 첫 시련이었다. 캐나다월드컵 엔트리에서도 낙마했다. 벤치 설움이 깊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일본전, 이를 악물었다. 후반 장슬기가 투입된 이후 공격의 흐름이 바뀌었다. 후반 47분, 박스안으로 쇄도하는 영리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반칙을 유도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통했다. 짜릿한 전가을의 프리킥 역전골을 이끌어냈다. 장슬기는 북한전 후반에도 권하늘 대신 투입됐다. 중원에서 한발 더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2014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에 빛나는 이들은 나가는 대회마다 성적을 냈다.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이기는 법을 안다. 즐기는 법도 안다. 자신감이 넘친다. '94라인 소녀'들은 성인 무대에서도 '88라인', '90라인' 언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하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쾌거가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동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감독에게 준우승보다 큰 의미는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인 이들의 성장이다. 박은선, 지소연의 공백과 주전들의 부상 등 잇단 악재를 씩씩한 후배들이 메웠다. 동아시안컵 출국 인터뷰에서 윤 감독은 "어린선수들이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여자축구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었다. 준우승 후 인터뷰도 같았다. '성장'과 '미래' 그리고 '희망'을 역설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이 감독 입장에서 기쁘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큰 대회의 경험이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발전시키는 기틀이 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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