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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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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29)이 WK리그 사상 최고 대우로 이천 대교 유니폼을 입는다.
여자 축구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5일 "박은선이 대교와 계약에 합의했으며, 곧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일 로시얀카(러시아)와 1년 6개월 계약을 맺었던 박은선은 최근 부상 등을 이유로 계약을 조기 해지한 뒤 국내에 머물고 있었다.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을 마친 뒤 WK리그 복귀를 모색해왔다. 대교는 박은선에게 WK리그 사상 최고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는 16일 박은선의 공식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박은선은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 공격수다. 위례정산고 재학 중이던 2003년 언니들과 함께 당당히 세계 무대를 밟았다.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의 길에 함께 했다. 언니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 본선 3경기를 모두 뛰었다. 비록 3전전패를 당했으나 탈아시아급 선수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기엔 충분했다. 날개를 달고 뛰어 오를 것처럼 보였던 박은선은 방황 또 방황했다. 여자 축구의 미래라는 과분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해보겠다'며 선수단을 뛰쳐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쌓은 추억까지 잊을 수는 없었다. 2012년 그라운드로 복귀한 박은선은 이듬해 WK리그 19골을 터뜨리며 재기하는 듯 했다. 그러나 날개를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스승들'이었다. WK리그 일부 팀 감독들이 제기한 성별 논란 문제로 또 흔들렸다. 국가인권위권회 조사 등을 거치면서 명예 회복을 노렸으나 이미 마음의 상처는 지울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황이었다. 로시얀카행 뒤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하던 박은선은 이번 캐나다여자월드컵을 통해 재기를 노렸지만,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대교 입단으로 비로소 멀고도 멀었던 안정된 둥지를 찾게 됐다.
대교는 박은선의 존재가 절실했다. 올 시즌 쁘레치냐 차연희 등 주력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라이벌 인천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수원시설관리공단, 대전 스포츠토토에 밀린 4위에 머물고 있다. 14경기서 20골을 넣는데 그치는 등 공격력 보강이 시급했다. 2014년 성별 논란 당시에도 대교는 타 팀과 달리 박은선 성별 논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대교는 박은선의 가세로 왕좌 탈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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