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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가 어쩌다가 한 번 골을 넣었다. 그래서 단순히 '골넣는 수비수'라고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김진환(26)이 '무명'에서 '물건'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진환은 24일 천안시청과의 FA컵 16강전(1대0 승)에서 경기 종료 임박해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지난 21일 K리그 클래식 울산전(1대1 무) 동점골에 이어 연속골이다.
지난 4월 25일 K리그 클래식 포항전(1대1 무)과 29일 FA컵 32강 부천FC전(2대0 승)에도 연속골을 터뜨리더니 이번에도 몰아치기 깜짝쇼를 벌였다.
2011년 프로 데뷔(당시 강원FC 입단) 이후 사실상 무명이었던 그가 올 시즌 프로 생애 첫 골을 터뜨리더니 '미친 듯' 부상하고 있다. 김진환이 '수트라이커'로 신바람을 내게 된 비결은 뭘까.
김진환을 잘 알고, 제대로 활용한 김도훈 인천 감독이 배후에 있었다.
김진환은 자신의 골 비결에 대해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쑥스러워서 하는 말이었다. 김진환이 터뜨린 골은 주로 약속된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헤딩으로 4골을 넣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평소 훈련 때 약속된 상황에서 키가 큰 중앙 수비수 요니치와 김진환이 최전방에 가담한다. 중앙 수비수가 뒷선을 비우고 과감하게 전진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수비수를 믿어야 한다. 김진환은 "뒤에서 메워주는 동료 수비수가 있기에 나에게 득점 기회가 온 것이다. 이런 믿음때문에 우리 팀은 하나다"라고 말했다. 김진환은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수비수여서 공격 자원으로 뛴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올 시즌 인천에서 자신을 믿고 공격을 맡겨준 덕분에 한 번 물꼬가 터지고 나니 자신감이 커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신감을 부쩍 살려준 이는 김도훈 감독이었다. 김진환은 강원FC 시절 수석코치로 모셨던 김 감독과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강원FC에서 뛸 때 수비수로서 결정적인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어릴 때라 이른바 '멘붕'이 왔고, 자책감에서 빨리 헤어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김 감독님을 인천에서 다시 만나고 강원 시절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멘탈이 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김진환은 3년 전 강원에서 뛸 때에 비해 발전한 게 없다는 인상을 김 감독에게 주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라운드에서의 '절실함'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경기 중 작은 실수를 할 때 속으로 '괜찮아. 다시 잘하면 돼'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습관도 김 감독을 다시 만난 뒤 생겼단다.
김 감독은 김진환에 대해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선수"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진환이가 강원 시절에 비해 정신적으로 한층 강해졌다"며 "이 덕분에 공격 가담시 벤치 지시에 따라 자신감있게 뭐든 해결하고 내려오려는 자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자신감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 감독이 심어줬다. 지난 3일 서울전(0대1 패)에서 김진환은 결정적인 실수로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평소같으면 문책성 교체 아웃 또는 다음경기 결장감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김진환과 면담에서 "경기를 하다보면 실수할 때가 있다. 기죽지 말고 빨리 극복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진환의 단점보다 과거와 달리 자책감을 극복할 줄 알고, 공격시 해결하는 재능이 있다는 장점을 크게 봤다. 김 감독의 '인내 리더십'이 제자 김진환을 다시 춤추게 한 것이다.
김진환은 "나를 알아주는 감독님을 다시 만난 게 큰 행운이다"면서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 능력을 더 키워서 팀에 필요한 선수로 계속 뛰고 싶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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