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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94년생 영건'이금민"4년후엔 지소연언니와 투톱!"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6-22 13:46



"다음 월드컵에선 지소연 언니와 투톱으로 뛰고 싶어요."

'1994년생 골잡이' 이금민(22·서울시청)은 당찼다. 이금민은 22일(한국시각) 캐나다몬트리올올림픽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여자월드컵 프랑스와의 16강전에 선발출전했다. '깜짝' 선발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 후반 유영아 대신 투입돼 15분 정도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금민은 이날 '지메시' 지소연의 자리를 대신했다. 룸메이트인 '원톱' 박은선 아래 섀도스트라이커로 섰다. 조별리그 1~3차전 풀타임을 소화했던 지소연은 스페인전 직후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인해 별렀던 프랑스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금민은 윤덕여호의 막내 공격수다. 여민지, 이소담, 신담영 등과 2010년 FIFA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2년전 정성천 감독(현 여자대표팀 코치)이 이끌던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장슬기, 최유리 등과 함께 에이스의 몫을 톡톡히 했다. 캐나다에서 열린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예선 멕시코전에서 과감한 슈팅으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8강행을 이끌었다.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무패 우승 역사를 썼다. 2013년 초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금민은 키프러스컵 조별리그 남아공전에서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다. 윤 감독의 믿음속에 A매치 6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울산과학대의 춘계여자축구연맹전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던 이금민은 지난해 WK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시청 유니폼을 입었다. 연령별 대표팀, 소속팀에서 꾸준하게 노력하고, 성실하게 성장해온 윤덕여호의 '히든카드'다. 5월 초 파주NFC에서 실시한 '요요테스트'에서 이금민은 동기 이소담과 함께 마지막까지 남았다. 60회 가까운 셔틀런을 거뜬히 소화하는 '왕체력'을 과시했다. 출정식에서는 선배 권하늘과 함께 거침없는 '위아래' 코믹 댄스로 좌중을 압도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고등학교 때 이미 세계 정상을 경험했다. 웬만한 무대에선 주눅들지 않는, '패기만만' 강심장이다.

이금민은 첫 선발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실력과 경험에서 격차가 큰 FIFA랭킹 3위 프랑스를 상대로 2골을 내주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29분 전가을에게 찔러넣은 스루 패스는 일품이었다. 전가을와 중앙, 측면, 자리를 바꿔가며 공격작업을 이어갔다. 단단한 체격와 체력으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다. 100경기 이상 뛴 선수가 절반 이상인 프랑스 에이스들에 비해 실력도 경험도 부족했지만, 패기 하나는 뒤지지 않았다. A매치 9경기에 출전한 '축구 신성'은 90분 내내 분투했다.

믹스트존에서 이금민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진짜 많이 배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옆에 선 지소연이 "오늘 금민이가 참 잘해줬다"고 칭찬하자 "언니가 오늘 뛰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다음 월드컵에는 '소연언니'와 투톱을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한 지소연은 자신의 자리에 서게 된 후배 이금민에게 "볼을 소유해야 한다. 열심히 침착하게 잘하라"고 조언했다. 윤덕여 감독은 전반 2골을 허용한 뒤 이금민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했다. "차분히 하라고, 하면 된다고 언니들에게 전달하라고 하셨다." 3골을 내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첫 월드컵 선발 무대에서 스스로의 플레이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과거를 돌아보면 좀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예전보다 좀 여유있게 뛴 것같다"며 웃었다. "내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같다. 오늘 경기가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은 이금민을 깜짝 선발로 내세운 데 대해 "이금민은 활동량이 많고,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슈팅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어린 선수들이 이런 무대를 경험한 의미는 크다. 이 경기를 뛰든 안뛰었든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것은 큰 영광이고 기쁨이다. 이 대회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장 4년 뒤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이 선수들이우리 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좋은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금민은 지난해 캐나다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에서도 프랑스를 마주했었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골맛을 보고 8강까지 올랐고, 프랑스와 0대0으로 비긴후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지소연이 "너 프랑스에 두번 진 거야"라고 하자 이금민은 "오늘 붙은 팀은 정말 잘하는 팀이다. 지난해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했다. 4년후,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에서 '복수혈전'을 다짐했다. "삼세번이니까, 그땐 소연언니랑 투톱으로 한번 이겨봐야죠"라며 웃었다. 패기만만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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