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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원톱'유영아"88라인의 힘?우린 이악물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6-20 09:10


'윤덕여호의 공격수' 유영아는 캐나다여자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 후반 44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고, 비기고도 진 기분 때문에 그녀의 활약상은 묻혔다.

그러나 이날 '원톱' 유영아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위험지역에서 적극적이고 활발했다. 원톱다운 영리한 움직임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이날 지소연의 페널티킥 골, 12년만에 다시 열린 골문은 유영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일 캐나다 몬트리올 훈련장에서 다시 만난 유영아의 표정은 밝았다. 목표했던 16강 꿈을 이룬 직후 그간의 시련과 아픔들이 다 씻겨나갔다. 유영아는 프랑스와의 16강전을 앞두고 "아직도 긴장이 된다"고 했다.

"1차전 브라질전, 그라운드에 도착해서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는데, 막상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는데 그때부터 떨리더라.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했다. 유영아는 1-2차전 선발, 3차전 교체로 나섰다. 3차전에선 후반 박은선 대신 나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3경기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좋은 공격수가 많고 컨디션도 그날그날 다른 거니까… 생갭다 많이 뛰었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든 경기로 "코스타리카전!"을 꼽았다.

극적인 16강 직후 라커룸은 환희의 도가니였다. 유영아가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했다. "정말 우승한 줄 알았다. 정해성 단장님이 먼저 선수들을 향해 물 세례를 퍼부었다. 우리는 윤덕여 감독님이 들어오실 때 빨간색 이온음료수를 마구 뿌려댔다. 물바다였다. 난리가 났다"고 했다. 축구인생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1988년생인 유영아는 캡틴 조소현, 김도연, 전가을, 권하늘과 동기다. 소위 '88라인'은 윤덕여호의 중심이다. 2차전 전가을, 3차전 조소현이 골맛을 봤다. 유영아는 2차전 코스타리카전에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한국이 기록한 4골중 3골이 이들의 작품이다. '88 언니'들은 16강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성인월드컵은 이들에게 '한풀이' 무대였다. "저희가 세계대회를 못나가봤다. 연령대 월드컵도 못나가봤다.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에선 성적도 내고, 멤버가 제일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기대를 모았는데 17세, 19세때 아시아의 벽을 못넘었다"고 했다. "월드컵이 이렇게 큰무대인 줄도 몰랐고, 라도 몰랐고 후배들한테 전해듣고 알았다.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후 우리는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우리팀은 나이 많은 언니들이 별로 없다. 우리가 주축으로 끌고 나가면 후배들이 따라온다. 우리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이 따라오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가 솔선수범하자, 후회없이 뛰자는 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코스타리카전 페널티킥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왜 직접 차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 차려고 했는데 (지)소연이가 벌써 골대 앞에 가있더라"며 농담했다. "원래 소연이나 가을이가 찬다. 내가 보기와 다르게 새가슴이다. 떨려서 못찬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거침없이 공을 차는 그녀가 '새가슴'이라는 말에 취재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다들 그러신다. 그라운드안에서와 다르다고… 근데 진짜 떨린다. 간이 콩알만해진다"며 웃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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