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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컸을까. 극과 극 플레이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슈틸리케 선택의 시작은 좋았다. 정우영과 이용재의 신고식이었던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3대0 승)은 대성공이었다.
겉으로 화려하게 주목받은 이는 A매치 데뷔전부터 골을 터뜨린 이용재였지만 숨은 진주는 정우영이었다.
넓은 활동 반경, 전진 패스와 정확한 롱패스 등 중앙 미드필더로의 무기를 모두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패스의 질은 물론 반박자 빠른 전진 패스, 그라운드를 가로 지르는 롱패스에 이르기까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빗셀 고베의 전담 키커답게 과감한 중거리 슈팅도 선보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한국영을 기준점으로 위아래를 오가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공백을 든든하게 메웠다.
한국축구의 중원을 책임지고 이끌었던 '캡틴' 기성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믿음까지 안겨줬으니 '기성용 대체카드'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성급한 희망예찬이었을까. 진짜 평가무대인 16일 미얀마와의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2대0 승)에서는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았다.
이날 정우영은 UAE전에서 보여준 강인한 인상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미얀마가 UAE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실망스럽다.
성공적인 데뷔전 이후 긴장감이 풀어졌던지 패스 미스가 너무 잦았다. 필드 중앙에서 볼을 뿌려주는 시야도 좁았고, 그의 발끝에서 물 흐르듯 전개되는 패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빌드업의 맥을 살려주지 못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수비 가담에서 위기를 초래하는 등 UAE전과 너무 비교됐다.
미얀마는 이날 시종일관 극단적인 밀집수비를 들고 나왔다. 이런 팀을 상대할 때는 밀집된 수비 공간을 흔들기 위해 좌우, 중앙으로 완급을 조절하는 기성용의 능력이 절실했다.
정우영에게 그런 역할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던 경기가 되고 말았다. 약체 미얀마를 상대로 정우영의 능력이 더 부각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안타까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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