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女월드컵]지소연"팬 비판 옳다.스페인전 욕심낼 것"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6-16 08:30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페인전, 욕심을 내보겠다."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16일(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 알곤킨컬리지 축구장에서 펼쳐진 공식 훈련 직후 마지막 스페인전을 위한 각오를 밝혔다. 지소연의 두 다리에는 지난 2경기, 혈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시퍼렇게 멍 들고, 무릎엔 까진 상처가 선명했다. 생애 첫 월드컵, 안팎의 기대가 컸다.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수차례 되뇌었다. 지소연은 브라질전에서 후반 2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지만 슈팅은 한번도 없었다. "볼터치를 전반 27분에서야 했다"고 자책했다.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에선 전반 4분만에 볼을 잡았다. 강한 프레싱을 하며 공세로 나섰다. 원톱 유영아와 나란히 선 채 공격을 주도했다. 하프라인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윤덕여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4번의 슈팅을 날렸고, 이중 2개는 유효슈팅이었다. 전반 21분 유영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한 골로 연결했다. 캐나다월드컵 대한민국의 첫골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돌파와 드리블, 킬패스 등 자신의 장점을 100% 보여주진 못했다. 스스로 "저조했다"고 했다.

국내 팬들의 비판 여론을 언급하자 "팬들의 말은 늘 옳다"고 했다. 겸허했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2경기에서 내가 저조했던 것은 확실하다. 미스가 많았다. 더 만들어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마지막 스페인전에는 욕심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드리블도 하고, 돌파도 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내 스타일대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지소연의 속상한 마음을 헤아렸다. 지소연은 "이동하는 날 아침에 감독님께서 방에 부르셨다. 부담감이 있겠지만,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솔직히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잘해왔고, 마지막 고비때 늘 잘 넘어온 좋은 기억들이 있다. 한번 더 힘을 내볼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이겨야 사는 게임, 스페인전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지소연은 "스페인도 우리도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난타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타리카전보다는 바이탈존(Vital Zone, 문전 위험지역)이 엷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이 벌어지면 플레이 하기는 오히려 수월할 것"이라고 봤다. "코스타리카는 정말 '악바리'였다. 공수 전환도 빨랐다. 재껴도 끊임없이 달라붙었다"라고 했다.

막판 체력의 문제를 지적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90분 경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고비는 온다. 브라질전과 달리 코스타리카전은 전방 압박을 강하게 했다. 2골을 넣었고, 밀고 밀리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한 장면도 많았다"고 했다. 마지막 1분을 버텨내지 못한 데 대해선 여전히 아쉽고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느낀 것은 우리가 왜 이기고 있는데 지고 있는 팀처럼 플레이했을까. 5분을 남기고 수비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마지막 위기 상황에서 중심이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 중심 역할을 지소연이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제가 했어야 하는데…, 마지막 5분이 너무 아쉽다. 공격적인 흐름을 뺏어오면 또 뺏기고…"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스페인은 수비 조직력이 좋지만 스피드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전가을 언니, 강유미 등 빠른 선수들이 많다. 바이탈 존이 열리면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 슈퍼리그(WSL)에서 함께 뛰고 있는 아스널 레이디스 소속의 두 선수, 나탈리아 파블로스(7번), 비키 로사다(14번)에 대해서도 지소연은 잘 알고 있었다. 리그에서 몇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볼을 아주 잘 찬다"고 했다. 그러나 지소연의 첼시는 올시즌 아스널에 1승1무로 지지 않았다. 맞대결에서 자신감이 있다. 지소연은 여자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 소속의 '캡틴' 베로니카 보케트도 언급했다. "스페인은 골을 만드는 과정이 좋다. 그러나 못 막을 정도는 아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난 2경기에서 골 결정력 문제도 있었다. 결국은 결정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지소연은 다시 아픈 기억을 곱씹었다. "아… 코스타리카전, 너무 아깝다"고 했다. "2번의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러나 그저 '좋은 경험'으로 끝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오타와(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