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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
승점 1점에 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토너먼트', 긴장감이 엄습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윤 교수는 선수들의 마음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K리그 제주유나이티드에서 프로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처음으로 시작한 윤 교수는 고양KB국민은행, 17세 이하 남자대표팀 등과 함께 일했다.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윤 교수는 여자대표팀과는 지난해 5월 베트남여자아시안컵에서 기술위원으로 첫 인연을 맺었고, '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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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에 0대2로 패한 후 낙담한 선수단에게 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270분 중 9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180분이 남았다. 괜찮다." 코스타리카전 공식 기자회견, 지소연의 "우리에겐 아직 180분이 남았다"는 말은 윤 교수의 멘토링 덕분이다. 180분의 가능성에 선수들의 의욕이 불 붙었다.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2대2 무) 통한의 무승부 직후 또다시 위기가 엄습했다.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 후반 44분 역습 한방에 비겨버렸다. 숙소로 향하는 선수단 버스는 '침묵'이었다. 윤 교수는 묘안을 고심했다.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2위다!' 희망의 메시지를 써붙였다. 휴대폰 단체 메신저를 통해, 개인 메시지를 통해 용기를 불어넣었다.
대표팀의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윤 교수는 "그렇게 비겼는데, 분위기가 좋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앓아야 할 것은 회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앓는 것이 건강하다. "얼마나 빨리 회복돼서 제자리로 돌아오는지가 관건이다. 선수들이 이미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하루이틀 선수생활 한 것이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헤쳐나갈 힘도 있지만, 서로가 어떻게 해주면 좀더 편해지는지 안다. 서로 잘 챙겨준다. 이 정도 고비를 못 넘어가면 대표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분위기는 너무 좋아도, 너무 안좋아도 안된다. 안정된 상태, '중립지역'으로 데리고 오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라며 웃었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손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윤 교수의 세심한 1대1 상담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단단한 '원팀(one team)'을 만드는 데 있다. "게임을 뛰는 11명도 중요하지만, 남은 12명이 더 중요하다. 이 선수들을 잘 만들어서, 23명이 다함께 뛸 수 있도록 하는 것, 11명의 선발선수뿐 아니라 남은 12명의 선수들도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이 가게 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의 시선은 당장 눈앞의 성적뿐 아니라 캐나다여자월드컵 이후까지를 향해 있다. 선수들의 장기적인 인생플랜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인생을 어떤 목표를 갖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축구가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자축구처럼 '사람'이 나와야 한다. 본인들 스스로 소명의식이 있다. 월드컵 첫세대, 황금세대라는 자부심이 있고, 여자축구를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멘토로서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타와(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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