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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에 빛나는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지난달 9일 러시아와의 A매치 2연전에서 2경기 연속골로 2연승을 이끈 지소연은 당시에도 살인 일정을 소화한 후 이코노미석을 타고 귀국과 출국을 반복했다. 90분 경기를 뛴 후 지칠 대로 지친 다리를 쭉 펴지도 못한 채 비좁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10시간여를 비행했다. 파주 도착 후 체력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지소연은 다리에 쥐가 날 만큼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그라운드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았다.
지소연이 살인 일정속에 이코노미석을 타고 런던에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네티즌들 사이엔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규정에 의거 달라진 것은 없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를 위해 이동할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항공권을 제공한다. 내규상 남자 A대표팀은 비즈니스석, 남자 올림픽대표팀은 이코노미석이다. 여자 A대표팀은 남자 올림픽대표팀과 같은 대우다. 올림픽대표팀이나 여자대표팀의 경우도 예외적인 상황에서 비즈니스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번 예외 규정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남자대표팀과 여자대표팀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비판하는 시선에 대해 협회는 "사업 단위별로 예산이 책정된다. 남자축구는 수익이 많으니 그만큼 지출도 많다. 여자축구의 경우 수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출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대회 홍보 등 모든 측면에서 예산 범위가 한정되기 때문에 실무에 어려움이 있다. 남녀 불평등의 문제보다는 그런 현실적인 고민이 크다"고 답한 바 있다.
20일 캐나다여자월드컵 출국 때도 윤덕여호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여자축구 항공권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지원하는데 모두 이코노미석으로 끊어준 것으로 안다. 특정국가의 경우 재원을 보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당사자인 지소연은 개의치 않았다. '올해의 선수상' 수상 직후 여자축구 처우 문제를 에둘러 언급하자 "노코멘트하겠다"며 웃었다. 이코노미석 이야기를 꺼내자 "아마 이번에도 잘 안될 것"이라고 했다. 기대하지 않았다. 개인을 위한 특별대우보다, 전체 시스템의 변화와 '업그레이드'를 희망했다. "나만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여자축구 A매치가 더 자주 열리고, 선후배들이 공 차는 환경이 좋아지는, 여자축구 전체 시스템의 발전을 바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클수록 "그래서 더 잘하고, 더 잘돼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주문처럼 되뇌인다.
투혼의 지소연은 12일 오후 3시 50분 OZ522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곧바로 파주NFC 훈련 캠프에 합류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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