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폭풍 성장한 정 현, 그를 춤추게 하는 비결 '자신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5-03 14:48 | 최종수정 2015-05-07 07:21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13년 7월 윔블던주니어 준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깜짝 스타에 그치는 게 아닌가 했다.

당시 남자프로테니스투어(ATP) 랭킹은 510위였다. 그런데 1년 9개월 만에 폭풍 성장을 했다. 2015년 4월 27일, 한국 남자 테니스의 변화가 시작됐다. 정 현(19·삼성증권 후원)이 ATP랭킹 88위를 찍었다. '88위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모르는 소리다. 한국 남자 테니스의 살아있는 역사인 이형택이 2000년 11월 20일 99위에 올라 ATP랭킹 100위 안에 진입했고, 2007년 8월 6일 최고 랭킹 36위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 출신 중에서 100위 안에 진입한 선수는 7명 뿐이다. 정 현을 포함해 니시코리 게이(일본·5위) 미하일 쿠쿠쉬킨(카자흐스탄·56위) 데니스 이스토민(우즈베키스탄·66위) 루엔순(대만·67위) 소에다 고(일본·87위) 다츠마 이토(일본·97위) 등이다. 스포츠조선은 해외 대회를 마치고 6주 만에 국내로 돌아온 정 현을 만났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정 현의 고생담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사진제공=정 현 가족

사진제공=정 현 가족

사진제공=정 현 가족
'될 성 부른 떡잎'과 테니스 일기

테니스 라켓도 들어본 적도, 휘둘러 본 적도 없었던 때였다. 황덕모 안동시청 감독은 유아용 라켓을 활용해 동네 꼬마 아이들에게 테니스 공치기를 시켰다. 홀로 두각을 나타낸 아이가 있었다. 정 현이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정 홍(22·건국대)의 동생으로 유명했다. 그러다 4학년 진학 직전 열렸던 한국초등테니스연맹회장배대회 준우승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아버지인 정석진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도 착한 성격의 소유자인 형 정 홍보다 오기와 근성이 있는 동생 정 현의 성장에 주목했다. '테니스 일기'는 정 현의 보물 1호다. 그는 "올해 초까지 썼던 것 같다. 이젠 일기가 아닌 일지 형식이지만, 운동의 장단점이 적혀있다. 훈련 전이나 경기 전 간단하게 메모한 것을 읽고 들어가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죽산초 시절 테니스국가대표 상비군 교육 내용을 정리한 것을 살펴보면 정 현이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아들이 써놓았던 일기와 메모를 단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어머니 김영미씨는 "현이는 어릴 적부터 혼자서 잘하는 아이였다. 정신력 면에서 다소 뛰어났던 것 같다"고 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평범한 스케줄과 테니스 가방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로 성장하면서 이제 정 현을 롤모델로 삼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정 현의 스케줄부터 라켓, 신발, 보충제까지 뭐든 닮고 싶어한다. 일과는 평범했다. 정 현은 "오전에 1시간 운동하고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에도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저녁식사를 한다. 이후 마사지를 받고 잠이 든다"고 밝혔다. 다만, 한 달 이상 외국 생활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는 먹는 것으로 푼다. 정 현은 "파스타 등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정 현은 꼼꼼한 편이다. 그래서 해외 대회 출전을 위한 가방도 알아서 척척 싼다. 두 부류로 나눈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과 그 외의 것이다. 전자에는 신발, 라켓, 그립, 운동복, 라켓줄이 포함된다. 특히 라켓 무게를 조금 늘려주는 10g 납테이프도 챙긴다. 그 외에는 속옷과 사복, 비타민, 한약을 빼놓지 않는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키 크는 19세 소년, 성장 비결은 '자신감'

정 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임용규(당진시청)와 호흡을 맞춰 28년 만의 금메달을 따냈다. 병역 면제는 또 다른 선물이었다. 최근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은 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키가 자랐다. 아시안게임 당시 1m83이었던 키가 3㎝나 컸다. 늘어난 것은 키만이 아니었다. 서브 스피드도 향상됐다. 이제 서브가 200㎞에 달한다. 약점으로 평가된 서브를 평균 190~200㎞로 유지해 포인트가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윤용일 전담 코치는 "서브 스피드는 이대로 유지하면서 코너워크를 예리하게 가져가야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자신감은 코트 위에서 정 현을 춤추게 했다. 정 현은 "나보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에게 승리하다보니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 현은 지난달 ATP 투어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과 마이애미오픈 단식 본선에서 각각 승리해 투어 대회 개인 통산 2승째를 챙겼다. 목표를 재설정됐다. 정 현은 "랭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메이저대회에서 1승을 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전했다. 이제 ATP 투어 선수로 활동하게 되면서 정 현은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만남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주니어대회 때 지나가다가 얼굴만 잠깐 스친 적이 있다. 투어 대회 때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천천히 생각해볼 것"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