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일로 주목받는 걸 즐기는 건지…."
인천은 12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첫승을 거두지 못한 팀이었다. 때문에 인천전이 있을 때면 '시즌 첫 승'으로 주목받았다. 김 감독은 "FA컵 32강전에서나마 시즌 첫승을 거두면서 '맛'을 봤으니 이제 진정한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시작 전 인천의 안팎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나흘 전 FA컵에서 총력전을 펼쳤고, 원톱 용병 공격수 케빈을 경고누적으로 잃은 상태였다. 반면 대전은 용병 공격수 3명을 가동했고, 인천에 용병은 수비수 요니치뿐이었다.
하지만 인천은 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대전과의 원정경기서 2대1로 승리하며 마침내 시즌 첫승을 거뒀다. 이 덕분에 인천은 승점 9(1승6무2패)로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대전은 승점 4(1승1무7패)로 탈꼴찌에 실패했다.
플랜B가 통했다
인천에게 케빈의 빈자리는 컸다. 케빈은 지난달 29일 FA컵 부천FC와의 32강전(2대0 승)에서 마침내 골맛까지 본 터라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을' 태세였다. 경고누적으로 케빈을 잃은 김 감독은 플랜B로 진성욱을 앞세웠다. 모험이었다. 인천은 지난 동계훈련 동안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진성욱도 부상으로 인해 늦게 합류했다. 시즌을 시작하고 서서히 맞춰가는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개인이 아닌 팀'을 선수단에 세뇌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진성욱을 선택하면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지만 움직임이 활발해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적중했다. 선발 출전에 목말랐던 진성욱은 경기 초반 이후 경기감을 회복하면서 상대 수비를 강하게 압박했다. 서서히 살아난 적극적인 움직임과 볼 키핑은 수비라인을 자주 흔들었다. 케빈이 높이에 대한 부담을 주었다면 진성욱은 활동량과 공간으로 압박했다. 전반 10분 선취골에 다리를 놓은 이가 진성욱이었다. 진성욱이 페널티에어리어(PA) 오른쪽에서 날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튕겨 나온 것을 김인성이 잽싸게 마무리했다. 1-1의 균형을 깨는 박대한의 결승골 역시 왼쪽 수비 뒷공간을 만들어 준 진성욱 등 중앙 공격 자원의 희생이 뒷받침됐다.
기분좋은 기운을 얻었다
이날 대전은 비록 최하위지만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 주말 인천보다 먼저 리그 첫승을 거뒀고 FA컵 32강전까지 연승을 탔다. 김 감독은 만만치 않은 대전의 기세를 경계하면서도 경기 시작 전 기분좋은 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2004년 성남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 컵대회(당시 삼성하우젠컵) 우승 추억을 떠올렸다. "그 때 내가 갓 결혼하고 컵대회를 치렀는데 결승에서 대전을 물리치고 우승한 기억이 상서롭다." 뿐만 아니라 김 감독은 "연속골을 기록중일 때 대전을 만난 경우가 많았는데 그 때도 연속 기록을 이어갔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인천 구단 역시 대전이 기분좋은 땅이었다. 이날 승리로 대전 원정 무패 행진을 5경기(4승 1무)로 늘렸다.
팀으로 뭉쳐야 산다
올 시즌 인천의 지상 덕목은 '팀'이다. 오로지 팀을 위해 생활하고 뛰자는 것이다. 어찌보면 인천의 팀 사정을 감안할 대 이것만이 살 길이었다. 이날 김 감독을 흐뭇하게 한 이들이 있었다. 골키퍼 유 현과 케빈 등 리스트에서 빠진 선수들이다. 부상과 경고 누적 등으로 제외된 이들은 개인적으로 대전에 내려와 동료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방침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8명 외에는 공식일정에서 동행하지 않는다. 출전 선수들의 집중력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명단 제외 선수들은 휴식을 반납하고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그라운드 밖에서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