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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부산전(2대0 승) 직후 왼쪽 풀백 현영민이 경고누적으로 전북전 결장이 확정됐다. 노상래 전남 감독이 말했다. "히든카드가 있다. 아주 '똘망진' 선수인데, 틀림없이 잘해줄 것이다."
#. "전반 에닝요, 후반 한교원, 전북의 이 두 선수를 번갈아가면서 완벽하게 맡을 수비수가 국내에 몇이나 있을까요? '작은 거인' 이슬찬이 해냈네요." 전남이 전북을 2대1로 이기며, 22경기 무패 기록을 멈춰세운 날, 리그 686경기에 빛나는 레전드, '병지삼촌' 김병지는 '1993년생 수비수' 이슬찬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순천중앙초-광양제철중고 출신은 이슬찬은 광양에서 나고자란 '전남 키드'다. 광양전용구장 맞은편 아파트에 살면서, 광양제철소에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부터 광양전용구장을 드나들며 노상래 감독과 전남의 전성기를 목도했다. 지동원, 김영욱, 이종호 등 내로라하는 전남유스 선배들과 함께 꿈을 키웠다. 이슬찬은 "일주일전 준비하라는 지시를 듣고, 동영상을 보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열심히 준비했다. '병지삼촌',(현)영민이형, (최)효진이형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오로지 전북전 생각뿐이었다. 경기 전날 밤엔 전북의 '선발 명단' 예지몽까지 꿨다.
전북전 홈 승리는 프로 데뷔후 최고의 순간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첫 선발에, 홈에서 전북을 잡고… 프로 데뷔 후 가장 기쁜 날이었다." 꿈을 묻는 질문엔 겸손했다. 좌우 사이드백을 모두 소화하는 이슬찬의 자리에는 현영민, 최효진 등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선배들이 있다. "올시즌 내 목표는 10경기, 선발로 1경기 이상 뛰는 것이었다. 선발의 꿈은 이뤄졌다. 아직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스물두살의 어린 선수에게 4년을 버텨온, 비범한 내공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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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유스' 이슬찬은 실력뿐 아니라 인성을 갖춘 선수다. 자신이 나고, 자신을 키워준 뿌리, 광양에 대한 고마움을 항시 잊지 않고 있다. 프로에 데뷔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째 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에 매년 이웃사랑실천 성금 200만원을 남몰래 꾸준히 기탁해왔다. 각박한 승부의 세계에서 데뷔 때부터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기다림을 묵묵히 감내하고 마침내 빛나기 시작한 이슬찬의 이름 세글자가 문득 궁금해졌다. "'슬'기롭고 '찬'란하게 빛나라는 뜻의 한글"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