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4월은 기지개를 펴는 봄처럼 밝았다. 전남전 무득점 무승부 뒤 가진 광주전에서 2대0으로 완승하면서 다시 연승 행진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4월 끝자락의 울산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광주전 뒤 치른 4경기에서 모두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단순히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의 면면이나 경기 내용을 보면 한숨이 나올 법하다. 수원전을 제외하면 대전 인천 부산 등 올 시즌 유력한 강등후보들을 상대로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다. 25일 부산전에서는 후반 막판 터진 자책골로 안방에서 겨우 체면을 차렸다. '준국가대표급' 스쿼드로 불리면서도 1골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카운터(역습)에 급급하는 내용의 연속이었다. 시즌 무패(3승5무)의 고공비행 중이지만 누구 하나 웃질 못하고 있다. '전통의 명가' '만년 우승후보' 답지 못했다.
울산의 '4월 무기력증'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조민국 전 감독 체제에서 3월 한 달 간 3승1패를 거뒀으나, 4월에 치른 5경기서 무승(3무2패)에 그쳤다. 상승세가 꺾이며 결국 스플릿 그룹A에 턱걸이 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올해는 '무패'라는 점에 의미를 둘 만하나, 이겨야 할 경기에서 승점 3을 얻지 못한 점은 아무래도 걸린다. 5월 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곱씹어 볼 만하다. 5일 제주 원정을 시작으로 전북(10일·홈) 성남(16일·원정) 포항(25일·홈) 서울(31일·원정)을 차례로 상대한다. 하나같이 전력이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이미 속살을 드러낸 울산의 전력에 단단히 대비를 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격적인 전술을 내놓았다가 일격을 당했던 포항 서울은 최근 전술 변화로 울산의 카운터에 맞대응할 카드를 만들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윤정환 감독이 주장하고 있는 '지지 않는 축구'가 과연 후반기에도 효과를 발휘할 지 의문스럽다.
윤 감독은 지난 부산전을 마친 뒤 "그동안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그렇다고 실리축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지지 않는 축구'가 5월에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