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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골' 수원, 팬들에게 고발(?) 당한 이유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4-03 07:42



'부산전은 마음 편히 보고 싶다.'

수원 삼성이 팬들에게 고발을 당했다. 마음 편하게 축구를 보지 못하게 만든 죄다.

수원이 1일 구단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개한 '수원 축구를 고발합니다' 영상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공개된 지 이틀 만에 페이스북에서 조회수 3만회에 근접했다. 동영상에는 수원이 올시즌 치른 6경기 중 4경기의 득·실점 장면이 담겨 있다. 모두 수원이 아슬아슬하게 승리 혹은 무승부를 거둔 경기다.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경기 종료 3분전에 나온 레오의 역전 결승골 등이 소개됐다.


영상 탄생 배경이 독특하다. 팬들의 원성과 항의였다. 올 시즌 아슬아슬한 경기를 계속 선보이면서 '팬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항의가 구단 SNS에 빗발쳤다. 심지어 성남과의 클래식 3라운드에서는 2-1로 추격을 허용하다 후반 종료 직전 카이오의 추가골로 승리를 거두자 일부 팬들은 뿔이 났다. 수원 관계자는 "성남전이 끝난 뒤 원정 온 서포터스가 구단 관계자들에게 '팬들을 그만 괴롭히라'고 원성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항의가 발단이 돼 영상 제작이 시작됐고, 재미있는 스토리 구성으로 '고발' 영상이 탄생했다.

수원의 잇따라 동영상 제작으로 팬심을 공략하는 이유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동영상 홍보 때문이다. 수원은 지난해 4월 모기업이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본사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인포그래픽과 모바일 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홍보전략을 세웠다. 젊은 팬층을 공략하기 위한 '타깃 마케팅'이다. 선수들의 일상생활을 영상에 담아 공개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산토스가 출연한 '브라질 3총사 제기차기' 영상은 최고 히트작이었다. 최근에는 15개월 만에 복귀한 '곽대장' 곽희주의 레전드 영상을 CF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고, '수원 축구 고발합니다' 영상이 가장 최근에 공개됐다.


'레전드의 귀환' 동영상을 촬영중인 곽희주. 사진제공=수원.
수원 관계자는 "올 시즌 홈경기마다 2개의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난 숨겨진 일들도 공개할 예정이다. '수원 축구 고발합니다' 영상처럼 팬들과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영상과 팬들의 반응을 본 뒤 흥미로워했다. "부산전은 마음 편히 보실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 팬들의 바람대로 아슬아슬한 경기가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4월 중순에 '곽대장' 곽희주와 부상 중인 골키퍼 정성룡이 복귀한다. 뒷문과 수비 불안이 해소되면 수원 팬들의 항의도 줄어들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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