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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성남전 앞둔 전남MF 김평래의 독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3-12 17:53 | 최종수정 2015-03-13 08:09




"살기 위해 왔다."

지난달 12일 전남의 제주도 전지훈련 현장에서 만난 성남 출신 전남 미드필더 김평래(28)의 한마디는 절박했다. 시즌 개막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제주와의 홈 개막전(1대1 무)에서 깜짝 선발로 나섰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나도 내 포지션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싶다"는 김평래의 패기를 높이 샀다. "준비된 선수였다.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선발 출전에 본인도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프로 5년차에 처음으로 K리그 개막전에 나서는 감격을 누렸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1987년생 수비형 미드필더 김평래는 지난 4년간 줄곧 '성남맨'이었다. 2009년 중앙대 졸업과 함께 우크라이나리그에 진출했다. 2011년 성남 일화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른 후 성남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신태용 전 감독의 성남에서 1년차 때 FA컵 우승 신화를 썼다. 지난 시즌 3년만에 두번째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선수로서 고민이 깊었다. 1년차때 '걸출한 선배' 김성환(울산)에게 가렸던 김평래는 이후 성남에서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다. 중앙수비수, 측면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팀을 위해 헌신했다. 한발 더 뛰는 활동량, 터프한 전사적 플레이로 인정받았다. '멀티플레이어' 김평래는 "사실 '땜빵'이었다"며 웃었다. 4년간 63경기에 나섰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전문 포지션이 아니니까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언제든 대체가능한 선수 같았다. 다른 포지션에서 뛰다 보니 원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다시 서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고 했다.

새해 우리나이로 스물아홉살이 된 김평래는 자신의 축구인생에 승부수를 띄우기로 작심했다. 성남의 동계훈련장에서 새 시즌에도 큰 변화가 없다면 새 기회를 찾아 나서기로 다짐했다. '기회의 문이 닫힌 걸까' 절망했을 때 거짓말처럼 기회의 창문이 열렸다. 2월 중순 전남의 러브콜이 날아들었다. 이승희 이현승 등 기존 미드필더들이 빠져나간 전남은 많이 뛰고 헌신적인 김평래를 원했다. "2월 중순, 새 팀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운이 정말 좋았다. 나는 선수로서 살기 위해 왔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평래 스스로 "신의 한수"라고 표현할 만큼 극적인 이적이었다. "우크라이나리그에서 돌아온 후 1년간 축구를 놓았었다. 축구를 그만둘 뻔했다. 그때 이후 가장 힘든 시기에 내게 손을 내밀어준 전남에 감사한다"며 고개 숙였다.

지난 4년간 프로선수로서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제가 더 잘했다면 제 포지션에서 더 많이 뛰었겠죠. 다 제탓이죠. 제가 더 잘해야죠." 절박함은 전남의 동계 훈련장에서 땀으로 드러났다. 독을 품었다. 노 감독은 한눈에 절실함을 알아봤다. 전남에 온 지 3주만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의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일단 마음이 편하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느낀다"고 했다. 성남 출신 현영민 전현철 임종은 등이 있어 적응도 어렵지 않았다.

우려했던 중원 호흡에도 자신감을 표했다. "(김)영욱이, 레안드리뉴와 실전에서 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믿음이 생겼다. 영욱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서로 맞추다보면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올시즌 전남에서의 목표는 "내 포지션에서 최대한 많이, 원없이 뛰어보는 것"이다.

전남은 14일 오후 4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성남 원정에 나선다. 김평래는 첫 '친정' 출정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K리그에 데뷔한 후 4년을 보낸, 정든 탄천종합운동장에 '적'으로 가게 됐다. "많이 어색하겠죠?"라며 웃었다.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기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나는 성남전뿐 아니라 매경기가 간절하다.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뼛속까지 '팀플레이어'다. "팬들이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고, 구단이 알아주는 것도 좋지만, 나는 동료들이 인정해줄 때 가장 행복하다. '오늘 경기, 너 덕분에 편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개막전에서 첫 발을 맞춘 중원 파트너 김영욱은 "평래형과 첫 경기였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 뒤에서 든든히 버텨줘서 함께 뛰는 것이 편했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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