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노상래 감독의 8번 단 이종호"전남의 전성기 이끌겠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3-08 06:45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K리그 클래식 2015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각 구단 감독과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해 올 시즌을 앞둔 출사표와 각오를 밝혔다. K리그 클래식은 오는 7일 전북과 성남의 공식 개막전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다.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남 이종호.
홍은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05

새시즌 '광양루니' 이종호(23·전남 드래곤즈)의 등번호는 그토록 원하던 8번이다.

8번은 '전남 레전드' 노상래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다. 1995년 전남의 창단 멤버로 8번을 달았고, 전남에서 8년을 내리 뛴, 노 감독은 지난해 말 전남의 9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어린 시절부터 전남 광양구장에서 '캐논슈터' 노상래의 활약을 목도하며 성장한 '축구소년' 이종호에게 8번은 특별하다. 전남유스 광양제철중에 입학해 처음으로 단 등번호가 8번이었다. 프로 입성과 함께 내심 8번을 원했지만. 막내가 원하는 번호를 받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첫시즌인 2011년 '절친 선배' 지동원의 33번을 물려받았다. 2012년 이후엔 줄곧 17번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말, 8번의 오랜 주인이었던 미드필더 이현승(부천FC)이 전남을 떠났다. 이종호가 8번의 새주인이 됐다. 프로 입성 4년만에 '8번의 꿈'을 이뤘다.

이종호에게 8번은 '행운'이자 '로망'이었다. 노상래 감독의 '견우회' 절친인 김인완 당시 전남 유스 감독(현 20세 이하 대표팀 코치)은 '중학교 2학년'이던 이종호에게 8번을 선물했다. "노상래를 닮으라"는 의미였다. 김 감독의 번호 14번은 미드필더 김영욱이 이어받았다. '광양제철중고 8번' 이종호는 최고의 에이스였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영욱(전남) 황도연(이랜드) 등 1년 선배들과 함께우승 트로피를 휩쓸었고, 연령별 대표팀을 오가며 '자타공인' 동급 최강으로 인정받았다. 이종호는 "초중고 내내 8번을 달았다. 내게 8번을 달고 뛰었던 시절은 최고의 전성기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고교 최대어' 이종호에게 첫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예상 외로 고전하는 이종호에게 노 감독은 스승이자, 멘토였다. 첫 시즌 21경기에서 2골3도움을 기록했다. 문전에서 보다 섬세하고 침착한 플레이가 필요했다. 2011년 2군 감독이던 '레전드' 노상래 감독은 유스 출신 이종호를 예의주시했다. '최전방' 토종 스트라이커 이종호가 살아나야, 전남이 살아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2012년 수석코치로 전남에 복귀한 후 이종호에게 세심한 관심과 정성을 쏟았다. '원포인트' 비디오 특훈 등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종호는 존경하는 스승의 조언에 마음과 귀를 활짝 열었다.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매시즌 성장을 거듭했다. 피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이종호는 10골 2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입성 4년만에 첫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고비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28년만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K리그 클래식 베스트일레븐 후보에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연말 K리그 시상식 첫 나들이에 이어, 지난 5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도 전남의 대표 얼굴로 나섰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그토록 열망하던 '8번'을 쟁취한 것이다.

"프로에 온 이후 (이)현승이형이 8번이었다. 2013년부터 8번을 원했다. 작년에도 원했지만 노 감독님이 그냥 17번으로 뛰라고 하셨다"고 했다. 3년째 17번을 받아든 이종호는 노 감독(당시 수석코치)에게 '패기만만' 공약을 내걸었다. "쌤, 저 10골 넣고 인정받으면 8번 주세요."

시즌 직후 노 감독은 애제자를 위해 8번을 미리 빼놓았다. '전남 레전드' 노 감독의 사령탑 부임 첫해에 '전남의 아들' 이종호가 8번을 달았다. "새시즌을 앞두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말없이 8번을 주시더라"며 감사를 표했다. 프로 5년차 이종호는 스승의 기대, 전남 팬들의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올시즌 8번을 달고 진짜 전성기로 만들어봐야죠. 노 감독님께서 8번을 달고 달리시던 8년은 감독님의 전성기이자, 전남의 전성기였어요. 저도 '감독님의 8번'에 걸맞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노 감독 역시 애제자를 향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원하던 번호를 받았으니 잘해주겠죠. 늘 그래왔듯 종호를 믿습니다."

전남은 8일 오후 2시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제주와 홈 개막전을 치른다. 개띠 동갑내기, '견우회' 동기인 노상래 감독과 조성환 제주 감독의 데뷔전이자, 첫 맞대결이다. 양팀의 막전막후 신경전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전남의 제주전 징크스는 골깊다. 2014년 9월 29일 이후 5연패했다. 2012년 7월21일 이후 8경기 무승(1무7패)다. 특히 지난해 9월 6일 3번째 맞대결이었던 제주 원정은 아픔이었다. 박수창에게 4골을 허용하며 2대6으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따로 동기부여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선수들 스스로 이겨야할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전남은 홈 개막전에서 징크스 타파와 함께 새 역사를 다짐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