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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울었다.
김진수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포스트 이영표'로 입지를 확실히 했다. 4년 전 이영표가 국가대표 은퇴를 한 뒤 왼쪽 수비는 한국축구의 가장 고민스러운 자리였다. 박주호(마인츠) 윤석영(QPR) 홍 철(수원) 등 여러 선수가 번갈아 가며 뛰었으나 누구도 앞장서지 못했다. 이제야 교통정리가 됐다. 왼쪽 수비의 주인은 김진수로 굳어졌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에서 23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 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두 번의 연장 혈투까지 소화했다. 그럼에도 강철 체력과 폭넓은 활동량, 적극적인 공격 가담, 예리한 킥까지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펼쳤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과 준결승 이라크전에서는 선제 결승골을 돕기도 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수비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승전에서의 실수는 그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수는 수비수의 운명에 대한 가혹함을 느꼈다. 114분을 활약하고도 1초 만에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생한 모든 분들과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렸다. 너무도 경솔한 행동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