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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亞컵]손흥민,'절친'김진수 '삼촌'차두리와 눈빛 통한 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1-23 06:23


진정한 에이스는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한다. 손흥민이 호주아시안컵 4강행의 길을 열었다. 22일(한국시각)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손흥민은 연장 전반 14분과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2골을 터뜨리며 대한민국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A매치 10경기에서 침묵하던 손흥민이 득점포를 재가동했고, 조별예선 3경기에서 줄기차게 1대0을 기록했던 슈틸리케호가 처음으로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연장전, 천신만고 끝에 터진 골이라 더욱 짜릿했고, 한국축구를 '늪'에서 구한 골이라 더욱 고마웠고, '92라인' 김진수, '두리삼촌' 차두리 등 절친 동료들과의 눈빛 호흡으로 합작한 골이라 더욱 훈훈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 전반 14분 92라인의 눈빛이 통했다. 김진수의 낮은 크로스에 손흥민이 몸을 던졌다. A매치에서 처음으로 골을 합작한 대표팀 막내들이 깜찍한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SNS
'절친' 김진수과의 첫번째골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김진수는 절친이다. 17세 이하 대표팀 등 연령별 대표를 함께 거쳤고,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뛸 뿐만 아니라, 슈틸리케호 공격과 수비를 책임지는 스물세살 당찬 막내들이다. 손흥민은 호주에 도착한 후 몸살감기로 인해 최악의 컨디션에서 조별예선을 치렀다. 3차전 호주전에서도 후반에야 교체투입됐다. 3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하면서, 에이스의 활약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3연승으로 8강행을 확정지은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식사중 '베프' 김진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진수 수고, 베프. Best Korea. 밥 많이 먹자. 피곤, 감기 죽다 살아남. 첫골 언제? 쉬자. 회복. 다들 수고했어요. 사랑합니다. 팬들. 고생하셨어요'라는 태그를 달았다. '감기 죽다 살아남, 첫골 언제?'라는 말로 스스로 골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했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절친의 눈빛이 통했다. 김진수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볼을 야무지게 빼앗아낸 뒤 문전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이 몸을 날렸다. 절실한 다이빙 헤딩슈팅은 골라인으로 빨려들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후반 종료직전 차두리의 질풍 드리블에 이은 손흥민의 쐐기포가 작렬했다.  시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삼촌' 차두리와의 두번째골

차두리와 손흥민의 대표팀에서의 첫 만남은 4년전 아시안컵이다. 막내 손흥민은 차두리를 유난히 따랐다. 차두리는 자신처럼 잘 웃고 잘 우는, 솔직하고 열정적인 후배 손흥민을 유난히 아꼈다. 호칭은 처음부터 '두리삼촌'과 '조카'였다. 12살의 나이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열정의 온도'가 같았다. 분데스리가, 축구, 독일어를 매개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손흥민은 4년만에 다시 함께 나선 아시안컵이 '두리삼촌'의 국가대표 은퇴무대라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 조카 손흥민에겐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다. "'두리삼촌' 때문에 꼭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고 싶다. 4년 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이영표 형한테 해드렸듯이 목마를 꼭 태워드릴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동점골을 향한 우즈베키스탄의 공세가 이어지던 연장 후반,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두리삼촌'과 조카 손흥민의 눈빛 호흡이었다. 서른다섯살, 멈추지 않는 차미네이터 '두리삼촌'이 오른쪽 측면을 허물며 바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120분의 혈투로 체력은 바닥이었지만, 삼촌의 파이팅에 조카도 사력을 다했다. '두리삼촌'의 킬패스가 문전의 손흥민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손흥민의 전매특허, 가슴 후련한 11야드 대포알 슈팅이 작렬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슈팅후 손흥민은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쓰러진 '조카'를 향해 '두리삼촌'이 질풍처럼 달려와 눈을 맞췄다.

한국은 2007년과 2011년에 이어 3대회 연속 4강행을 이뤘다. 우즈벡전은 결과만큼 과정이 아름다웠다. 한국은 24일 이란-이라크의 승자와 26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호주스타디움에서 꿈의 결승행을 노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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