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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도 쿠웨이트전은 악몽이었습니다. 1대0으로 이겼지만 누구의 입가에도 미소가 흐르지 않았습니다. 밤까지 비가 계속돼 스산한 기운이 캔버라를 뒤덮었습니다.
분위기가 바닥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선수들은 출발 시간보다 1시간 30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을 마친 후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다행히 대표팀의 분위기는 그리 처져있지 않았습니다. 8강 진출 확정에 새로운 꿈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부주장이었던 이청용이 부상 탓에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감기 몸살로 마스크를 쓴 손흥민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체온을 유지하더군요. 얼굴은 다소 핼쑥했습니다. 손흥민과 함께 감기에 걸린 구자철은 마스크를 벗고 있은 걸로 봐서 많이 좋아진 듯 했습니다.
기성용은 서점에 서 있었습니다. 이 코너, 저 코너를 둘러보던 기성용은 잡지 코너 앞에서 멈춰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소 패션 스타일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죠. 남성 패션 잡지를 꼼꼼하게 챙겨봤습니다.
웃긴 장면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태희가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마주쳤습니다. 아르무아 코치는 남태희와 잠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쿠웨이트전 이야기인 듯 했는데요. 남태희가 패스하는 행동을 취하면서 아르무아 코치에게 뭔가를 어필하는 모습이었죠. 화장실 앞에서 두 사람이 사뭇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자 화장실을 오가던 다른 여행객들이 이상하게 쳐다 보더군요.
슈틸리케 감독은 초콜릿 등을 파는 상점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통역 겸 수행비서인 이윤규씨는 슈틸리케 감독의 옆을 지키더군요. 해외파와 달리 국내파 선수들은 조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브리즈번에서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브리즈번에서도 비가 내렸습니다. 우중에 회복훈련을 했구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슈틸리케호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포츠2팀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