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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슈틸리케호 IN&OUT]'브리즈번행' 태극전사 각양각색 표정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15 05:22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현지에서도 쿠웨이트전은 악몽이었습니다. 1대0으로 이겼지만 누구의 입가에도 미소가 흐르지 않았습니다. 밤까지 비가 계속돼 스산한 기운이 캔버라를 뒤덮었습니다.

악몽의 날이 저물고 새 날이 밝았습니다. 캔버라와의 동행은 끝이 났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의 경기는 없습니다. 조별리그 최종전은 브리즈번에서 열립니다. 개최국 호주와 1위 자리를 놓고 17일 격돌합니다. 캔버라에서 브리즈번까지는 2시간을 날아가야 합니다. 14일은 브리즈번으로 이동하는 날이었습니다.

태극전사들과 캔버라 공항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려했습니다. "이렇게 고전할지 몰랐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우리는 우승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전 후 선수단 격려도 생략한 채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예상 밖의 돌출행동이었습니다.

분위기가 바닥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선수들은 출발 시간보다 1시간 30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을 마친 후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다행히 대표팀의 분위기는 그리 처져있지 않았습니다. 8강 진출 확정에 새로운 꿈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부주장이었던 이청용이 부상 탓에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탑승까지 1시간 정도 남은 상황, 태극전사들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차두리 이근호 등은 커피숍에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때 마침 박지성도 아내와 함께 나타났는데요. 공교롭게도 태극전사들과 비행 시간이 비슷했습니다. 행선지는 달랐죠. 시드니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가는 스케줄이었습니다.

감기 몸살로 마스크를 쓴 손흥민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체온을 유지하더군요. 얼굴은 다소 핼쑥했습니다. 손흥민과 함께 감기에 걸린 구자철은 마스크를 벗고 있은 걸로 봐서 많이 좋아진 듯 했습니다.

기성용은 서점에 서 있었습니다. 이 코너, 저 코너를 둘러보던 기성용은 잡지 코너 앞에서 멈춰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소 패션 스타일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죠. 남성 패션 잡지를 꼼꼼하게 챙겨봤습니다.


웃긴 장면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태희가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마주쳤습니다. 아르무아 코치는 남태희와 잠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쿠웨이트전 이야기인 듯 했는데요. 남태희가 패스하는 행동을 취하면서 아르무아 코치에게 뭔가를 어필하는 모습이었죠. 화장실 앞에서 두 사람이 사뭇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자 화장실을 오가던 다른 여행객들이 이상하게 쳐다 보더군요.

슈틸리케 감독은 초콜릿 등을 파는 상점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통역 겸 수행비서인 이윤규씨는 슈틸리케 감독의 옆을 지키더군요. 해외파와 달리 국내파 선수들은 조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브리즈번에서의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브리즈번에서도 비가 내렸습니다. 우중에 회복훈련을 했구요.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슈틸리케호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포츠2팀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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