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亞컵]구름 위만 걷던 구자철, 아파봐야 큰 선수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11 16:46 | 최종수정 2015-01-12 05:57



또 다시 구자철(26·마인츠)이다.

10일(한국시각) 오만과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의 가장 큰 소득은 '디펜딩 득점왕의 귀환'이었다.

이날 구자철은 전반 인저리 타임에 조영철(26·카타르SC)의 결승골을 돕는 중거리 슛으로 팀의 1대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골을 넣진 않았지만,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그의 활약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구자철의 부활 뒤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오만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구자철이 최근 국내에서 비난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의 재능과 능력에 큰 신뢰를 보이고 있다. 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사실 구자철은 올시즌 초반부터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마인츠에서 가장 몸값(500만유로·약 64억원)이 비싼 사나이였기 때문에 지역 언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오른발목, 종아리, 복통 등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왔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골 결정력과 넓은 시야, 왕성환 활동량이 보이지 않았다. 국내 여론도 들끓었다. 이에 대해 구자철은 오만전이 끝난 뒤 이렇게 얘기했다. "비난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비난을 하는 이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축구를 했는지 알지도 못한다. 개의치 않는다. 나는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만 집중했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향한 돌직구였다.

구자철은 그 동안 구름 위만 걸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승승장구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등극했다. '깜짝 스타'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일궈냈다. A대표팀 내에서도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주장 완장을 찼다. 홍명보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믿고 쓰는 '캡틴'이었다.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비난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아파봐야 큰 선수가 된다.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주위의 목소리와 채찍질을 무시하면 할수록 결국 스스로 도태되는 길을 걷는 것이다. 그럴수록 몸을 낮추면 된다.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자가 빅(Big)스타고, 대인이다.

구자철은 K리그 간판 골잡이 이동국(36·전북)의 축구 인생을 참고할 만 하다. 이동국은 K리그 최고의 스타답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의 관심사였다. 당연히 팬들은 높은 경기력도 요구했다. 굴곡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이동국은 하향 곡선을 그릴 때가 많았다.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지만, 명성을 쌓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2008년~2009년 성남에서도 팬들의 숱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참고 견디니 봄이 왔다. 2009년 전북으로 둥지를 옮기자 만사가 풀렸다. 최강희 감독과 함께 K리그를 호령했다. 지난 6년간 K리그 MVP를 세 차례(2009년, 2011년, 2014년)나 수상했다. 이동국은 "항상 언론의 질타가 있다. 이겨내야만 했다. 어린 선수들이 그래서 공격수를 회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것들을 감수하고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동국의 진심을 담은 조언을 잘 새겨야 하는 구자철이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