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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26·마인츠)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구자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갖는 오만과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 선발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구자철을 낙점했다. 당초 남태희(24·레퀴야) 이근호(30·엘 자이시) 등 다른 공격수들이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이 깨졌다. 주장 완장을 맡길 만큼의 신뢰와 사우디전 부진이 오만전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포석으로 보인다.
구자철에게 아시안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박주영(30·알샤밥)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당시 A대표팀을 지휘하던 조광래 감독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박주영은 A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다. 새 얼굴의 활약이 절실했다. 구자철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여러 전술 시험 끝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됐다. 낯선 포지션이었지만,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날카로운 패스와 공격가담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기대하지 않은 득점력까지 폭발했다.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6개월 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말끔히 씻으며 유럽 진출까지 성공했다.
구자철이 마인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땐 어김없이 중원부터 전진했던 순간이다. 오히려 중앙 보다 왼쪽 측면에 포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일때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방에 머물기 보다는 허리까지 내려올 필요가 있다. 캡틴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