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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하우스 인재관 강당에서 열린 조성환 제주 신임 감독의 취임식에 특별한 손님이 함께 했다.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상호 합의 하에 아름다운 이별을 선언했다. 박 감독의 등장은 말그대로 깜짝 방문이었다. 신변 정리 차 제주로 돌아온 박 감독은 지난 시즌 코칭스태프로 함께 했던 조 감독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취임식장을 찾았다. 구단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방문이었다. 박 감독은 "사실 점심약속이 있어서 원래는 올 수 없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후배를 위해 약속을 미루고 왔다"고 했다. 박 감독은 조 감독에게 머플러를 걸어주며 후배의 앞길에 힘을 불어줬다. 그는 "조 감독이 내 밑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코치가 감독이 되서 전 감독으로 기쁘다. 항상 응원하고 잘될 수 있게끔 기도할 것"이라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이 밝힌 김 감독 해임의 이유는 성적 부진과 외국인선수 영입 실패다. '파리목숨'이라 불리는 감독이다. 성적에 따라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는게 감독이다. 석연찮은 이유라고 하더라도 감독은 구단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아쉬운 것은 전화 한통으로 인연을 끊었다는 점이다. 축구판도 어차피 사람이 사는 곳이다. 잘못 꿴 첫 단추지만 마무리라도 잘 지어야 한다. 인천은 김 감독과 아직 잔여연봉 등을 두고 마무리 협상을 하지 못했다. 아니,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아직 갖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깔끔하게 김 감독을 보내줘야 한다. 그게 7년 동안 인천에 헌신한 감독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예우다.
한편, 인천은 후임감독으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이임생 전 싱가포르 홈유나이티드 감독을 선임했다. 이 신임 감독은 1월 전지훈련부터 본격적인 감독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