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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29·베이징 궈안)의 2014년은 격변이었다.
악몽은 여전히 쓰라리다. 1무2패. 그도 쓸쓸하게 짐을 쌌다. "월드컵에 가서 그라운드 잔디라도 밟고 싶었다. 잔디조차 밟을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악화됐다. 뒤에서 열심히 응원했는데 성적까지 안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월드컵이 아니었다."
하대성은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홍명보자선경기에 출전, 오랜만에 고국팬들과 만났다. 홍명보 전 A대표팀 감독과도 함께했다. 하대성에게 홍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그는 "모두가 좋아하는 분이다. 인간적이고, 선수들을 보호할 줄 알고. 존중하고, 위할 줄 아는 감독이다. 감독님의 부름을 받아 월드컵까지 갔는데 부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해 여전히 죄송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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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이징에서 출발은 더뎠지만 부상을 훌훌 털고 재기에 성공했다. 하대성은 올시즌 22경기에 출전, 1골을 터트렸다. 시즌 종료 직후에는 소속팀 그레고리오 만사노 감독이 이끄는 북부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처음에는 감독님과 잘 안 맞아서 경기에도 잘 못나갔다. 부상까지 겹쳐 악재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시즌 말미에는 나름 최선을 당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감독님도 계속 기용해주시면서 신뢰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데얀과의 재회도 뜨거웠다. 데얀은 올시즌 서울에서 장쑤로 말을 갈아탔지만 6월 베이징으로 재차 둥지를 옮겼다. 둘은 여전히 '서울의 피'가 흐른다. 10월 26일 광저우 헝다와의 원정경기에선 1대0으로 승리한 후에는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서울은 지난해 ACL 결승전에서 광저우의 벽을 넘지 못했다. 데얀은 이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광저우를 꺾었다. 복수의 시간'이라는 글을 남겼다. 하대성도 "광저우가 우리를 이기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경기였다. 축하연도 준비했다. 우리가 이기자 축하연을 위해 준비한 꽃이 철수되더라. 우승 파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제대로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후반기 데얀이 와서 굉장히 편안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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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태극마크에 대해서 물었다.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은 출전이 어렵다. "항상 대표팀 얘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나온다.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오시기 전 소집에 응할 수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그러나 들어갈 수 없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다. 몸상태가 100%가 아니어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다시 컨디션이 올라가면 슈틸리케 감독이 불러주지 않을까 싶다." 그의 말에서 세월이 묻어났다.
2015년은 새로운 무대다. 29일 출국, 소속팀의 동계전지훈련에 합류하는 하대성은 더 이상 눈물이 없기를 바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